중동 전쟁 장기화에 한국 건설산업 '3중 충격'…구조적 침체 현실화

입력 2026-03-18 10: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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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유 두 배 급등·환율 금융위기 후 최고·코스피 13% 하락
해외 수주 30% 중동 발주 중단…건정연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 불가피"

중동 전쟁 여파로 이달 원화 하락률은 3.84%로 주요국 통화 대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 평균이 1,470원을 넘으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15일 서울 명동거리의 환전소 모습. 연합뉴스
중동 전쟁 여파로 이달 원화 하락률은 3.84%로 주요국 통화 대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 평균이 1,470원을 넘으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15일 서울 명동거리의 환전소 모습.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계속되면서 한국 건설산업이 공급과 수요 양측에서 동시에 충격을 받으며 구조적 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하 건정연)이 발간한 '건설 브리프 3월호(Vol.99)'에 따르면 이번 중동 위기는 원유 생산과 유통을 동시에 교란하며 한국 건설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유 유통 자체는 우회 수출 등으로 큰 문제가 없었던 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달리, 이번 사태는 생산과 유통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중동 석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더 큰 충격에 노출됐다는 평가다.

이번 위기의 핵심 변수는 유가다. 두바이유는 지난달 27일 배럴당 71.2달러에서 이달 13일 145.5달러로 두 배 이상 급등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도 1천450원대에서 1천499원까지 치솟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지수가 고점(지난달 26일 6,307) 대비 13.0% 하락한 5,487.2까지 밀렸다. 한국 국채(3년물) 수익률도 지난달 27일 3.04%에서 이달 13일 3.33%로 0.29%포인트(p) 올랐다. 유가·환율·금리가 동시에 오르는 '3중 충격'이 현실화된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원가 상승 압력이 본격화됐다. 건정연은 건설 중장비 유류비가 기계경비의 약 3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유가가 20% 오르면 토목공사 원가는 7%, 건축공사 원가는 4% 오르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경유 가격은 지난달 27일 리터(ℓ)당 1천597원에서 이달 10일 1천931원까지 20.9% 급등했다. 석유판매가격 최고가 지정제 시행 이후 이달 13일 1천872원으로 다소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철근·시멘트 등 자재 가격 상승과 이자비용 증가까지 겹치며 건설사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요 측면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금리 인하가 요원해진 데다 중장기 금리는 오히려 오르고 있어 민간 개발 사업 발주 감소와 주택경기 침체 심화가 예상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금융채 수익률 인상과 연동돼 상승할 전망이다.

해외 수주도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해외 건설 수주의 30%를 차지하는 중동 시장의 발주가 현재 중단된 상태다. 위기 이후에도 인프라 투자 우선순위가 안보 지출에 밀릴 가능성이 높아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

김태준 건정연 연구위원은 "중동 위기 장기화 시 건설산업은 공급과 수요 양측에서 동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건정연은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건설기업에 핵심 자재인 철근·시멘트·아스팔트의 조기계약이나 가격 고정계약을 통한 원가 리스크 통제, 신규 사업의 수익성 재검토를 주문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영업용 차량 유가보조금 확대에 나서는 한편 건설자재업체·건설장비업체·시공업체로 구성된 공급망 전반의 상생협의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