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뒷담] '김대중 공항' 먼저, '박정희 공항' '김영삼 공항' 한발 늦었다

입력 2025-12-17 15:28:20 수정 2025-12-17 16: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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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김대중, 김영삼. 매일신문DB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 매일신문DB

광주와 전남이 갈등을 좁히며 광주 군·민간 공항의 무안 통합 이전이 관계 당사자 간 합의로 17일 타결된 가운데, 이 공항의 명칭으로 '김대중 공항'을 유력하게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광주시와 전남도·무안군·국방부·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국토부)는 이날 오전 광주도시공사에서 광주 군·민간 공항 무안국제공항 이전을 위한 6자회동(TF)을 진행한 후 통합 이전에 전격 합의했다.

2027년 말 KTX 호남선 개통에 맞춰 광주 민간 공항 기능이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하는 게 골자다. 이어 광주 군 공항이 순차적으로 무안공항 이전을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

그러면서 공항 명칭을 김대중 공항으로 변경하는 검토 수순을 천명, 이 검토 단계부터 공항 이름 자체가 인지도를 쌓는 과정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6.3 지방선거는 김대중 공항을 등에 업고 각종 장밋빛 공약을 곁들이는 게 호남 지역 출마자들의 일종의 '공약 트렌드'도 될 전망.

▶김대중 공항은 국민들이 익히 아는 호남 출신 전직 대통령 이름 '김대중'에서 가져다 쓰는 것이다.

이 이름은 지난 2021년 9월 13일 당시 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대구시장(2022년 7월 1일~2025년 4월 11일)을 맡기 전 대구 수성을 지역구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홍준표 전 시장이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주목됐다.

당시 홍준표 전 시장은 대선 공약으로 대구통합신공항 명칭을 박정희 공항으로, 역시 건설이 확정된 부산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서는 김영삼 공항으로, 그리고 전남 무안 신공항에 대해 김대중 공항으로 명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3개 지역공항을 국비로 조속히 확장·건설, 수도권의 인천국제공항과 함께 영남에는 박정희·김영삼 공항, 호남에는 광주와 가까운 김대중 공항을 두는 등 4대 관문공항 체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공항 이름에 거론된 3명 모두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 대구 인근인 경북 구미,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 역시 부산 인근인 경남 통영(및 거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은 전남 무안인 점을 고려한 작명으로 풀이됐다.

이어 4년여 뒤 김대중 공항은 자신이 아닌 정부와 정치권에 의해 작명(기존 공항명 변경)이 현실화 수순을 밟게 된 상황이다.

반대로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이번 정부 들어 사업이 지연될 처지(매일신문 12월 2일 '주호영, 대구 군공항 이전 예산 '0원'에 "李대통령 '실현 가능 검토' 대구시민들께 한 약속 지켜라"' 기사, 12월 3일 'TK신공항 2030년 개항 사실상 물건너갔다' 기사 등)를 맞았다.

가덕도신공항 역시 이번 정부에서 개항 목표 시점이 2029년에서 2035년으로 6년 미뤄진 상황이다.

▶국내에는 아직 사례가 전무하지만 외국은 정치인과 예술가,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 이름을 공항명에 붙인 사례가 많다.

오히려 유독 우리나라가 지역명을 고수하고, 인명은 배제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샤를 드 골, 피오렐로 라 과디아, 존 F. 케네디. 매일신문DB
샤를 드 골, 피오렐로 라 과디아, 존 F. 케네디. 매일신문DB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정치인, 정확히는 지도자 인명을 붙인 공항이 참 많다.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 골 국제공항'(샤를 드 골 프랑스 대통령)과 미국 뉴욕의 '라 과디아 공항'(피오렐로 라 과디아 뉴욕시장)과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 원래는 뉴욕국제공항이었으나 케네디 대통령 사후 개칭) 등 현대사 속 유명 정치인의 이름을 가져다 쓴 공항이 꽤 있다.

이탈리아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국제공항'(르네상스 시기 예술가)과 몽골 울란바토르의 '징기스칸 국제공항'(몽골 제국을 세운 군주) 등 좀 더 먼 역사 속 인물들의 이름도 확인된다.

무하마드 알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매일신문DB
무하마드 알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매일신문DB

미국 '루이빌 무하마드 알리 국제공항'처럼 지역 출신 유명인의 이름을 넣어 기존 공항명을 변경한 사례도 있다. 원래 그냥 루이빌 국제공항이었는데, 루이빌이 고향인 세계적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이름이 2019년 추가됐다.

포르투갈 '마데이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국제공항'도 마데이라 푼샬 출신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16년 포르투갈의 유로2016 축구 대회 우승을 주도해 이끌어내자 명칭을 바꾼 사례다. 이 공향 역시 원래 이름은 마데이라 국제공항이었다. 보통 고인(故人)의 이름이 공항명에 들어가는데, 이는 생존해 있는 인물의 이름을 쓴 몇 안 되는 경우로 분류된다.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오면, 공항 이름에 유명인 이름을 붙이자는 주장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건 국제적 흐름에 맞지만, 유독 역대 대통령만 거론하는 경향을 보인다. 토론이 정치권에서 이뤄지며 각 정당 내지는 진영의 대표 아이콘을 언급하는 맥락이다.

지난 2020년 11월 19일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현 국민의힘 국회의원)는 "여당(더불어민주당)에서는 가덕도 신공항을 기정 사실로 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공항 이름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언급되고 있다"며 김해 신공항의 사실상 백지화에 따른 가덕도 신공항 추진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던 당시 비판 취지의 언급을 한 바 있다.

그러자 같은 날 오후 조국 (당시 기준)전 법무부 장관(현 조국혁신당 대표)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비난 기꺼이 수용하여 공항명을 지으면 좋겠다"면서 '가덕도 노무현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Roh Moo Hyun International Airport'라는 영문 표기도 곁들였다.

이에 당일 저녁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으로 가덕도 신공항 이름을 두고 "그냥 '문재인 공항'이라고 하라"며 조국 전 장관에 의해 진지함이 가미되는듯 했던 '가덕도 신공항 이름 짓기' 분위기를 시사풍자의 영역으로 들이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