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사회부 기자
외유성 해외 연수와 지인 일감 몰아주기, 집행부 거수기 논란 등 각종 비위로 지방의회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의회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방의회 인사권 문제다.
정부는 2022년 1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을 통해 의장이 지방의회 소속 공무원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4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도 현실의 지방의회는 집행부와의 구조적인 종속 관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구 동구의회에서 발생한 인사 논란은 이런 '반쪽짜리 인사권 독립'의 단면을 보여준다.
동구의회는 최근 의회사무국 행정직 6급 승진 인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밀실·졸속 인사 및 규정 위반 논란을 겪었다. 발단은 의회사무국 소속 4급 공무원의 공로연수 신청이었다. 의회 6급 공무원 승진 인사위원회가 열리던 당일 오전, 동구의회는 의회사무국장의 공로연수 신청서를 접수했다. 의장은 이를 받아들인 뒤 구청장실을 찾아 인사 관련 비공개 논의를 진행했고, 1명이던 승진 대상자는 갑작스럽게 2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공무원노조는 국장의 공로연수 승인을 대가로 의회와 집행부 사이 인사권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결정이 공무원 정원을 초과한 형태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의회와 구청 모두 인사위원회 종료 시점까지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의회는 인사위원회 개최 이틀 뒤에야 심의 결과를 전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정원 관리라는 인사의 기본적인 원칙을 확인하지 않은 채 두 기관 수뇌부가 합의를 우선하고, 그 합의에 맞춰 인사위원회 안건을 급히 조정한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양 기관은 '착오'와 '소통 부재'를 원인으로 들었지만, 관련 규정을 면밀히 검토하고 기존 절차대로 인사위원회를 열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이번 사태는 지방의회 직원 구성의 구조적 한계도 함께 드러냈다. 의회는 행정기관으로부터 독립해 내부 인사를 단행하기 어렵다. 동구의회뿐 아니라 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행정기관이 의회의 자체 인사에 반발하며 여러 잡음을 빚어왔다. 경남 통영시의 경우 시의회 의장의 직원 자체 승진 인사에 반발해 파견직 세 명을 시로 복귀시키고 인사 교류 중단은 물론 교육·후생복지·전산 시스템 운영을 의회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사실상 지방의회 4급 이상 인사권은 여전히 행정기관이 쥐고 있고, 5급 이하 인사 역시 조직 편성권을 가진 집행부와 협의를 거쳐야만 단행할 수 있다는 점이 지방의회 '반쪽짜리 인사 독립'의 현주소다.
인사권 독립이 형식에 그친 상황에서는 지방의회가 집행부를 실질적으로 견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지방의회 무용론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의회 사무기구 조직권을 지방의회에 부여하는 논의가 단계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다만 그 근간은 투명한 인사여야 한다.
집행부로부터의 독립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의회가 주민의 대리자로서 책임을 분명히 지는 일이다. 전문성과 청렴성이라는 책임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지방의회는 권한만 늘어난 채 신뢰를 잃는 악순환을 반복할 것이다. 이번 사례가 제도 보완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