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석민] 적반하장 원조(元祖)

입력 2025-12-1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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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 선임논설위원
석민 선임논설위원

적반하장(賊反荷杖)은 '도둑이 오히려 매를 든다'는 뜻이다. 잘못한 사람이 큰 잘못도 없는 사람을 나무랄 때 쓰인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타이완 인근 마게시마의 인공위성 사진을 싣고, 일본이 군사시설을 빠르게 건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이완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준비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이러한 움직임은 극도로 위험하며 주변국과 국제사회가 경계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중국 해군 항공모함 랴오닝은 구축함 3척과 함께 지난 7일 일본 열도를 따라 규슈 남부 해역까지 진출했다. 전투기와 헬기가 각각 50차례씩 모두 100여 차례 이·착륙을 했으며, 일본 자위대 전투기를 향해 2차례 레이더를 조사(照射: 조준해서 비춤)해 갈등을 부추겼다. 레이더 조사는 미사일 발사 직전 단계로, 이를 공격 행위로 간주해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타이완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촉발된 일·중 갈등이 중국의 아슬아슬한 무력시위(武力示威)로 이어지고 있다.

"까불면 언제든지 침략할 수 있어!"라고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상대 국가를 향해 자국의 영토에 군사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생긴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비난하는 중국이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면서 오히려 일본의 군비 증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설(逆說)이 성립한다. 더군다나 자신의 영역도 아닌 곳에 멋대로 군사적 활용이 가능한 시설물을 짓고, 야금야금 침략하고 있는 중국의 주장과 목소리가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을 가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리나라 서해(西海) 이야기이다.

한·중은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서해 바다에 잠정조치수역(PMZ)을 설치했지만, 중국은 국제 규범을 어기고 이곳에 2010년 이후 거대한 구조물 3기와 부표 13개를 일방적으로 설치했다. 잠수부·고속정·헬기착륙장도 관측됐다. 양식장은 속임수이고 언제든지 군사시설로 활용될 수 있는 침략의 전초기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강력한 대응 조치가 없다면 서해는 중국의 내해(內海)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셰셰' 정권이 우리의 바다를 지킬 수 있을까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