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생·경북고 58회…한림대 의대 교수, 정부 질병관리본부장·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역임
한국, 1988년 전 국민 의료보험 달성…국민 보건과 사회 보장 증진, 국민 삶의 질 향상 기여
적정진료추진단 발족, 과도한 의료 행위 발굴·개선, 건보공단 4년 연속 당기수지 흑자 달성
전 국민 평생 건강 관리, 장기 요양 서비스 질 제고에 노력, 국민 건강 위해 최선 다할 것
국민건강보험은 우리나라 사회보장 제도의 큰 축을 담당해왔다. 1977년 5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대상으로 직장의료보험을 첫 도입한 후, 12년 만인 1988년 전 국민 의료보험을 달성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 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보건과 사회보장 증진으로 국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미션 아래 국민 건강과 돌봄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과도한 의료 행위 등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위기, 필수 의료 적정 보상, 의료비 부담 완화, 돌봄 보장 강화 등은 건강보험 제도가 당면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지난 2년 여간 애써왔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한 보험재정을 위한 지출 효율화와 수입기반 안정화 ▷필수의료 중심의 합리적 보상체계 마련 및 의료비 부담 완화 ▷돌봄 보장을 위한 장기요양 서비스 내실화 ▷디지털 대전환 추진 등을 역점 분야로 추진했다.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 의대를 나온 정 이사장은 비평준화 마지막 세대인 '경북고 58회'다. 당시 한강 이남 최고 명문고로 꼽히던 경북고에 입학하고자 전국에서 수재가 몰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한림대 의대 교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 중앙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특별대응단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정 이사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취임 후 만 2년이 지났다. 소회는?
▶건보공단은 직원이 총 1만6천여명에 이르는 방대한 조직입니다. 이사장 취임 후 '소통과 배려'라는 키워드를 구성원들에게 강조했는데, 전 국민이 건강보험 가입자인만큼 국민들을 배려하자는 당부를 담았습니다.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을 다루는만큼 행정 인력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인사 관리 체계도 새로 손봤습니다. 업무 자동화를 위해 시작한 디지털 대전환(DX)이 AI(인공지능) 대전환으로 이어진 것도 특기할만한 일입니다. 1년에 공단으로 오는 민원 콜이 약 3천700만 건인데, 이중 400만 건 등은 응대를 놓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오픈하는 '건강보험 AI 상담사'는 딥러닝을 통해서 마치 사람과 통화하듯 민원인의 불편함을 덜어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국민 서비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건강보험 25시' 모바일앱, 직원 업무를 돕는 'AI 비서' 등을 구축해 AI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고객 만족도와 조직 능률을 올리고자 합니다.
- 건보 재정 위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건보재정은 흑자를 유지해왔습니다만, 앞으로는 적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2060년이 되면 생산 가능 인구인 15세 이상 64세 국민이, 65세 이상 인구와 거의 맞먹는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1명이 1명을 먹여 살려야 합니다. 지금보다 전체 인구도 많이 감소한다고 봤을 때, 지금부터 건보 재정 위기를 막기 위한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공단은 그 일환으로 지난해 '적정진료추진단'을 발족, 과도한 의료 행위를 발굴·개선해 불필요한 보험 재정 소요를 줄이고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연 외래 진료 365회를 초과하는 과다 이용자 본인 부담률을 90%로 높이고, 약품비로 발생하는 과도한 보험재정 소요를 막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보험료 성실하게 잘 내고 적정하게 진료 받는 가입자들이 손해를 덜 보게 되죠. 또 병원의 중복 처방·검사로 인한 보험재정 지출도 막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공정한 보험료 부과를 위해 실제 발생한 소득 중심의 부과 체계를 개편하고 신규 부과 재원을 발굴함으로써, 공단은 어려운 재정 여건에서도 4년 연속 당기수지 흑자와 역대 최대 자금운용 수익(1조5천504억원)을 달성했습니다.
- 필수 의료 적정 지원에 대한 요구가 크다.
▶'병원 중환자실은 운영할수록 적자가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단은 아주 정밀하게 의료 원가 분석을 해 보건복지부에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의료 보상체계 하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고위험·저수익 필수의료 행위에 대한 적정 보상 체계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의료계와 소통으로 객관적 비용 분석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공단은 지난해 말 5천여개 수가 코드별 의료 원가 산출 결과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보고했다.) 비급여 관리에서도 그동안 정확하게 알 수 없었던 비급여 정보를 확보하고자 '비급여 보고 제도'를 처음 시행하면서, 그 대상을 병원급에서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했습니다. 비급여 정보포털을 통해 전체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 현황을 분석해 공개함으로써 국민 알권리를 강화했습니다.
- 평생 건강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전 국민 생애주기를 고려한 검진제도 운영과 평생건강 관리체계 구축에 노력했습니다. 영유아 검진 수가를 현실적으로 인상하고, 평생 건강 관리의 시작을 학령기로 앞당기는 '학생 건강 검진 제도 개선 2차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국가건강검진 제도 검진 항목을 촘촘히해 예방 중심으로 개선하고, 만성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동네의원 중심의 관리체계를 마련했습니다.
- 장기 요양 서비스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장기 요양은 공단이 굉장히 잘 수행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장기 요양 보험은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등으로 주간 돌봄 서비스를 받거나 요양원에서 돌봄을 받는 경우 보험으로 처리가 되도록 하는 겁니다. 공단은 전국 3만 장기요양기관의 주된 감독기관으로서 수급자를 보호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신규 기관 운영 컨설팅을 확대하고, 요양기관 종사자 보수교육 의무화 등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있습니다. 또 내년 3월부터 전면 시행되는 돌봄통합 지원사업에 대비해 전담부서(돌봄통합지원실)를 신설하고 현장 돌봄팀을 확충했습니다. 공단이 가진 빅데이터를 활용해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자를 발굴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 공단의 핵심 가치와 향후 역점 분야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고자 건보공단(NHIS)의 핵심가치를 '소통과 배려(Communication)'·'탁월(Outstanding)'·'청렴(Rectitude)'·'공정(Equity)' 등 'NHIS-CORE'로 새롭게 정립했습니다.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해 힘 쏟을 계획입니다. 과다 급여지출 의심항목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해 불필요한 과잉 진료를 개선하겠습니다. 아울러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비급여 관리를 강화해 국민 건강권을 강화하도록 할 것입니다. 증상이 거의 없다고 알려진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내년부터 국가검진 항목으로 새롭게 도입하고, 예방 중심의 자기주도적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50년이란 건강보험의 긴 역사가 말해주듯 어떤 제도도 대체할 수 없는 건강보험의 발전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