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이 매혹적인 이유는 보상에 측정 가능한 위험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길 가능성만 중요한 게 아니라 가치 있는 무언가를 잃을 가능성도 중요하다."
마이클 이스터의 저서 '가짜 결핍'에 나오는 대목이다. '도박' 자리에 '정치'나 '선거'를 넣어도 감쪽같다. 선거나 자신의 이름을 건 정치 활동을 할 때의 긴장과 스릴과 닮았다. 일상적인 행동은 보통 그 보상이 예측 가능하지만 도박과 정치는 다르다. 저자에 따르면 보상이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클수록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일종의 황홀감(恍惚感)을 느낀다.
카지노에서 경험하는 '유사 성공'도 선거·정치와 메커니즘이 비슷하다. 실패해도 다시 베팅하게 만든다. 뇌가 성공과 흡사하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정치병'도 걸리면 헤어나기 힘들다. 선거에서 져도 또 나온다. 최근만 해도 수차례의 대선 낙선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노욕(老慾)을 보인 인물이 몇몇 있었다.
강성 지지층 의존 정치도 저자가 말하는 '결핍'으로 설명 가능하다. 캐나다·스탠퍼드대·일리노이대 연구팀이 미국 선출직 의원들의 10년 치 트윗 130만 건을 수집·분석한 결과 점점 더 무례(無禮)한 방식으로 트위터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0년 동안 23% 더 불량해졌고, 무례한 트윗이 더 많은 '좋아요'와 '리트윗'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례한 트윗으로 호응을 많이 받은 정치인은 이후 트윗에서 더 무례한 표현을 쓸 가능성이 높았다. 강성 지지층 피드백 중독이다.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성 지지층 정치와도 정확히 일치한다. 정당과 의원들은 마치 경쟁하듯 양 극단만 바라보는 정치에 매몰됐다. 극단적 강성 지지층의 환심과 지지만 받을 수 있다면 양잿물이라도 마실 태세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민주당의 '1인 1표제', 이른바 '정청래 룰'이 대표적이다.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바꾸는 당헌·당규 개정이다. 이 경우 사실상 당심이 당권(黨權)을 결정하는 구도가 된다. 국민의힘도 지방선거 경선 당심 비율을 50%에서 70%로 올리는 방안을 두고 시끄럽다.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강성 지지층 정치, 중독 정치가 더욱 활개 칠 걸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답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