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김교영] 정권만 바뀌고 정치는 그대로다

입력 2025-12-0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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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은 미국 정치에서 양극단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지난 11월 21일 두 정치인의 백악관 회동은 '정치는 이래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 자리에서 한 기자는 맘다니에게 "트럼프를 여전히 파시스트로 보냐"고 물었다. 맘다니가 답을 하려는 순간, 트럼프는 "그냥 예스(yes)라고 해도 된다. 나는 괜찮다"고 좌중(座中)을 웃겼다. 맘다니도 "우리의 견해 차이는 분명하지만, 대통령이 공통의 봉사 목표에 초점을 맞춘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트럼프는 맘다니를 "공산주의 미치광이"라며, 그의 당선을 막으려고 했다. 맘다니도 트럼프를 "독재자"라고 공격했다. 이랬던 두 사람이 보인 반전(反轉)은 놀랍다. 이유는 있다. '서민의 주택 문제'와 '물가고' 해결이란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맘다니는 연방정부의 지원이 필요했고, 트럼트는 자신의 고향이며 민주당 텃밭인 뉴욕에서 지지세를 넓혀야 했다. 소통은 대립보다 이익이 될 때가 많다. 바름을 지향하면서도 타협을 하는 게 정치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정치적 갈등은 불가피하다. 그것이 해결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했다. 대화와 협상의 중요성을 내포한 말이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서생(書生)의 문제의식을 잃지 않되, 상인(商人)의 현실 감각으로 정치를 하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DJ의 이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도 '실용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그 '실용'이 체감되지 않아 실망스럽다.

12·3 계엄 사태가 1년 지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사태는 계엄 해제와 대통령 탄핵, 정권 교체를 거치면서 절차적으로 종식됐다.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적 판단만 남았다. 그러나 '정치적 내전(內戰)'은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진정한 '계엄 극복'은 '국민 통합'이다. 그래야 나라와 민주주의가 발전한다.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더불어민주당의 독단적 국회 운영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민주당은 1년 넘게 '내란 몰이'를 지속하고 있다. 국민의힘 해산을 공언하고, '3대 특검'에 이어 '2차 종합 특검'을 만들겠다고 한다.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서열'과 '정의'를 내세워 사법부를 공격한다.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은 사문화(死文化)될 지경이다.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 절반이 수사를 받고 있다. '계엄 정국'을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가겠다는 심산(心算)이다.

국민의힘은 어떤가. 아직도 '탄핵의 늪'에 빠져 있다. 성찰과 개혁은 없다. 강성 지지층에 편승해 '독재와 전쟁'만 외친다. 당 지도부는 '윤 어게인'(Yoon again) 세력을 끊어 내지 못하고 있다. 당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엔 귀를 막았다. 계엄에 반대했던 사람들을 핍박한다. 정통 보수 정당은 헌법·법치, 공화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지금 국민의힘은 보수의 정통성을 잃었다. 이러니 정부의 인사·부동산 실책, 여당의 입법 전횡(專橫)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바닥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를 '악마화'한다. 정치의 양극화는 국민을 두 편으로 갈랐다. 진영은 정치를 포획(捕獲)하고, 정치는 극단 지지층을 뒷배로 삼는다. 정치적 내전은 계엄이란 비극을 불렀다. 정권은 조기 교체됐으나, 정치는 바뀌지 않았다. '빛의 혁명'이 희망했던 정치는 이런 게 아니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는 김수영의 시('그 방을 생각하며')가 생각나는 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