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건 연속 항소 포기… 법조계 "원칙 없는 결정" 비판

입력 2025-11-30 15: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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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의원 26명 전원 항소 포기… 유죄에도 의원직 유지
법조계 "대장동 포기 맞추기 위한 정무적 판단"… 내부 반발도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20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20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나서고 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 의원에게 벌금 총 2천400만원을, 당 대표였던 황교안 전 총리에게 벌금 총 1천900만원을 선고했다. 현재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송언석 의원은 벌금 총 1천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검찰이 대장동 사건에 이어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패스트트랙 사건에서도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하면서 '원칙없는 항소포기'에 대한 법조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패스트트랙 사건 항소 포기로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에 대한 동력마저 잃으면서, 검찰 내에서도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형평성을 맞추려는 정무적 판단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7일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전현직 의원 등 국민의힘 관계자 26명 전원을 상대로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나경원 의원(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현역 의원 6명은 유죄 판결에도 의원직 유지가 확정됐다.

검찰은 "범행 전반에 유죄가 선고됐고, 범행 동기가 사적 이익 추구에 있지 않은 점, 사건 발생일로부터 6년 가까이 장기화한 분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정을 두고 주요 정치 사건에서 사실상 '당연 절차'로 여겨졌던 검찰의 항소 기조가 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이 항소 기준으로 삼는 대검찰청 예규에 따르면 ▷형종(무기, 유기, 벌금)이 달라진 경우 ▷형종은 동일하나 선고형량이 구형량의 2분의 1 미만인 경우 등에 항소한다. 내부 기준대로면 현역의원 중 이철규 의원을 제외한 나경원·김정재·송언석·이만희·윤한홍 의원은 항소 대상에 해당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이번 항소 포기가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정무적 판단일 수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고검장 출신의 A 변호사는 "검찰의 항소 포기는 '대장동 항소 포기'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물론 항소를 진행하더라도 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검찰 수뇌부가 조직 내외의 상황을 감안한 일종의 '생색내기'다"라고 지적했다.

대구변호사협회 회장 출신 B 변호사는 "징역형 구형에 벌금이 선고되면 대검 예규에 따라 항소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 결정은 다분히 '대장동 항소 포기'를 의식한 것"이라며 "검찰의 본연의 임무인 '공소 유지'를 회피한 것이다. 유죄만 선고되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형사범죄에 대해서도 항소를 안 하겠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검찰 내부망에서 한 검사장은 "'대장동 항소 포기로 여당 쪽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했으니 이번엔 야당에 유리하게 항소를 포기해야 균형에 맞다'는 생각이라면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정치적 고려"라고 꼬집었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애초 기소되지 않았어야 했을 건이라는 입장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 C 변호사는 "패스트트랙 건은 국회의 영역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기소를 안 하는 게 맞았다. 정치인이 국회라는 공간에서 정치적 의사표시를 하는 것에 사법이 개입하는 건 매우 제한적"이라며 "물론 검찰이 '대장동 항소 포기'의 역풍 맞아 일종의 물 타기를 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이번 항소 포기 판단은 잘못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법원장 출신 D 변호사는 "검찰이 '패스트트랙 건에서 손을 떼겠다'는 메시지를 여야에 던진 것이라 본다"며 "지금까지는 검찰이 국회의 자율을 과도하게 침해한 면이 있었다. 이번 기회에 '사법의 정치화'로부터 완전히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