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메카 구미→반도체, 방산, AI 산업구조로 재편, 옛 명성 회복
라면축제, 청년힙합페스티벌, 박정희마라톤 등 문화와 스포츠가 어우러진 낭만도시로의 도약
도시경관에 대한 이해와 시민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참여해 바꿔나가야
1990년대 중반 고교 시절을 기숙사에서 보냈다. 규율이 엄격한 김천의 한 사립고등학교에 다녔는데, 오전 6시 기상나팔(?)이 울리면 '점호→구보'로 이어지는 생활을 꼬박 3년을 했다.
학력 경쟁이 치열해 턱밑까지 차오르던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도 기숙사 사감 선생님의 눈을 피해 김천 시내 눈요기를 하는 맛은 꿀맛이었다. 그럴 때마다 이미 시내 홍역으로 성적 폭락을 겪어 본 한 선배는 불경처럼 되뇌었다. "김천 시내 병 걸리면 한강 위로 대학 못 간다." 이어 "구미 시내 병에 걸리면 아예 대학을 못 간다"라는 후렴구가 뒤따랐다.
그 시절 구미는 그야말로 신(新)문물과 인파가 뒤섞여 24시간이 모자랐던 별천지였기 때문이다. 구미역전 1번 도로와 2번 도로로 불리는 시내 상권은 몰려드는 인파로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었고, 신문에는 구미국가산단의 LG와 삼성, 대우 등 대기업 삼각 편대에 힘입어 '대한민국 수출 효자, 작은 거인 구미'라는 머리기사가 자주 등장했다.
해가 지나 구미는 현재 산업적 명성이 크게 약화됐다. 구미 시내 상권은 활기를 잃어 갔고 대기업도 점점 이탈했다. 이대로 끝인가.
몇 해 전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다양한 구미시의 노력으로 옛 명성을 점차 회복해 나가고 있다. 낡은 산업도시란 회색 이미지를 벗고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낭만문화도시, 스포츠도시로 탈바꿈해 가고 있는 데다 반도체특화단지, 방산혁신클러스터 등 4차 산업 시대에 걸맞은 산업구조로 재편, 국가산단의 심장이 다시금 쿵쾅거리고 있다.
지난달 열린 2025 구미라면축제에는 35만 명이 다녀갔으며, 힙합 청년 페스티벌에도 청년들이 구름 관중을 이루는 등 올해 구미 축제에 참여한 관람 인원만 1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스포츠도시로의 위상도 높여 가고 있다. 서울, 인천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세 번째, 기초단체에서는 유일하게 아시아육상대회를 유치해 올해 역량 있게 치러 냈다. 특히 지난해 하프코스에 이어 내년(3월 1일) 풀코스로 열리는 박정희구미마라톤대회는 벌써부터 참가자 인원 제한이 검토될 만큼 희망자가 쇄도하고 있다. 구미시가 프로축구단 유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산업에 치중됐던 산업 역시 반도체특화단지, 방산혁신클러스터, 기회발전특구, 문화선도산단, 탄소중립산단 유치에 연달아 성공, 반도체·방산·로봇·AI를 중심으로 산업 체질을 바꿔 나가고 있다.
아직 배부르긴 이르다. 구미시의 비상이 김장호 구미시정이 들어서면서 가져온 변화와 혁신의 산물이라면 이제는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시정으로 한층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낭만문화도시가 성공하려면 체류형 관광 인프라 구축이 관건인데, 이는 라면 한 그릇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민 모두가 나서 봉사와 서비스 정신으로 국내외 손님을 붙들어 매야 한다.
도심재생 등 도시 경관과 공간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라면축제가 열리는 구미역 앞 도로는 지구 대부분이 재개발 지역이라 폐허를 방불케 하며, 도심의 모습도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음식의 맛과 질도 좋아야 하지만 담는 그릇도 예뻐야 손님이 찾아온다.
수험생 수능시험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모두가 좋은 결과를 얻길 바라지만 '구미 시내 병 걸려 수능 망쳤다'는 얘기도 듣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