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 포스텍 교수
시아파 모슬렘의 종주국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가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벌이고 있는 테크노 전쟁의 무도함은 국제 질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제 바야흐로 정의와 인권을 표방하던 국제 질서는 빛바랜 20세기의 낭만으로 기억될 날이 다가오는 듯하다. 미국의 이같은 행보 뒤에는 AI기반 군사전략 플랫폼이 있다. 그리고 작전을 수행하는 미 국방부와 연결된 팔란티어와 안두릴과 같은 AI 전장 데이터-통합-분석-예측 및 감시 OS 기업이 있다. 그리고 이들을 움직이는 기술 생태계의 배경에는 피터 틸, 일론 머스크, 알렉스 카프, 그리고 부통령 J.D. 밴스와 같은 소위 'MAGA 2.0' 세력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AI 테크노 기술을 이용해 국가 기능을 민영화 효율화 하고 국가 주권을 사유화하려는 매우 극우적 성향의 테크노 폴리티션들이다.
이에 맞서는 중국의 기술 세력은 딥시크 돌풍을 일으킨 량원펑, 테무의 황정, 바이트댄스의 장이밍 등 젊은 엔지니어 출신 창업가들로, 이들은 국가의 전략적 지원 하에 세계 시장을 향해 파괴적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판 팔란티어'로 불리는 TRS와 디푸, 마이닝램프는 중국 데이터 지능 분야의 선두 기업으로서 데이터 거버넌스, 모델링, 분석, 의사 결정 지원 및 치안 감시로 이어지는 '군민융합 소프트웨어'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14억 인구가 생성하는 방대한 빅데이터와 정부의 강력한 하향식 산업 정책을 결합하여 디지털 문명의 표준 국가를 지향하는 '테크노 차이나'로 거듭나고 있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미국은 AI라는 '뇌'의 고도화에 집중하는 반면, 중국은 기민한 '몸'과 제조 단가의 하락을 통한 대중 보급에 강점을 보인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Tesla)는 자율주행 데이터와 도조 슈퍼컴퓨터를 기반으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로봇이 스스로 배우고 가동하는 '범용 로봇 AI'를 지향한다. 반면 중국의 유니트리와 유비텍은 기술적 완성도보다는 '세계의 공장' 공급망 이점을 이용하여 '빠른 실행력'과 '양산 능력'에 집중한다.
인류 역사는 과거 제조업 중심의 산업 문명에서 현재 AI 디지털 문명을 넘어 'Physical AI'로 상징되는 '미래 융합 기술 문명'의 대전환기를 마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제조업과 인공지능(AI)의 패권 경쟁은 단순히 기업 간의 이윤 다툼을 넘어, 미래 문명의 표준과 통치 체제를 누가 설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실존적 투쟁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이 중국으로 다 넘어간 후 인터넷 시대가 미국의 압도적인 주도하에 전개되었다면, 미래 기술은 제조업과 반도체 AI 기술이 융합된 휴머노이드, 자율주행 모빌리티 및 미래 도시가 하나의 거대 'Physical AI 플랫폼'으로 전환되는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미국이 철강과 조선업 등 제조업의 리쇼어링을 서두르고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중국은 세계의 제조업을 장악한 이후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그리고 양자 기술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 국면에서 막강한 이공계 인재군과 막대한 데이터 양을 기반으로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이상주의자들은 AGI가 인류를 노동과 물질과 질병의 구속에서 해방시키고 여가시간을 즐기는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트럼프 행정부는 미 국방성을 2차 대전 이전의 전쟁성으로 재호명 하고자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국방성이 AI가 인간을 자율 통제 또는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윤리 기반 기업 Anthropic을 퇴출시키고 오픈 AI와 재계약을 맺은 사건이 이슈가 되고 있다. 에덴동산에서 인간이 하나님을 넘어서고자 했을 때, 끔찍한 불행의 역사가 시작되었듯이, AI가 자신을 만든 인간을 스스로 넘어서려는 순간, 꿈꾸고 원했던 유토피아는 사라지고 인류를 멸종시키고도 남을 비극적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이 위태로운 테크노-소버린티의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은 유일하게 AI,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조선, 철강, 방산 등 제조업 전과정 공급망을 지닌 드문 나라다. 동시에 선제 침략의 역사가 없는 평화 지향적 문화 강국으로서, 미중 사이에서의 균형자 역할을 모색할 수 있다. 윤리와 기술을 결합한 제3의 테크노-소버린티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면, 한국은 싱가폴, 브라질, 인도, UAE, 캐나다 등 제3지대 국가를 규합하여 문명 전환기의 새로운 규범 설계자로 부상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