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사업가, 오만해"…北, 부부 총살형에 아이들까지 강제 참관

입력 2025-11-21 20: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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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선고를 받는 모습. BBC
부부가 선고를 받는 모습. BBC

북한에서 지역사회에서 손꼽히는 개인사업가로 불리던 50대 부부가 '오만한 태도'와 '반공화국적 행위'를 이유로 지난 9월 공개 처형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평양 미림 일대 야외 공간에서 집행된 처형에는 어린이를 포함한 약 200명의 주민이 강제로 참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 부부는 전기자전거·전동 오토바이 부품·일반 자전거의 판매·수리·대여 사업을 운영하며 상당한 부를 쌓아 '큰 인물'로 불렸다. 해당 사업체는 사동구 노동조합총연맹 중앙위원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합법 사업장이었지만, 부업을 통해 큰 수익을 올리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가격이 높고 품질이 떨어진다", "태도가 오만하다"는 민원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주민 불만을 근거로 8월 초 부부를 체포하고 한 달여 동안 공동 심문을 진행했다. 이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9월 초 사형을 선고했다. 동시에 외부 조직과의 연계, 외화 불법 이동, 반국가적 메시지 유포 혐의도 추가됐다. 부부와 연관된 약 20명은 추방되거나 재교육형에 처해졌다.

처형은 미림 지역 야외에서 총살형으로 집행됐다. 현지 소식통은 "시장 운영자, 노점 관리자 등 모든 관리자가 참석해야 했기 때문에 당시 주민 200여 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은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던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지나가던 중학생들도 어른들과 함께 아무런 저항 없이 참혹한 광경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북한 관계 당국은 주민들에게 이번 처형이 "경제적 혼란을 예방하고 대중을 교육하는 모델"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처형의 배경에 대해 "이번 조치는 국가가 허용하는 한계를 조금이라도 넘어서는 사람은 누구든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본보기로 보여주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업가들이 이 사건을 보고 '우리도 언제든지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두려워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처형 이후 지역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평소 활발하던 관련 업종의 거래는 중단됐고, 특히 배터리와 관련 부품 가격이 급등하거나 아예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부부가 사형당한 시점 또한 주목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방문에서 귀국한 직후였으며, 소식통은 이를 두고 "외국과 협력할 때조차도 내부 규율에는 예외가 없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민간 사업 확대 움직임을 제어하고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주민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 위해 공개 처형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왔다. 총살형이 일반적이며, 세 명의 총살집행조가 다수의 탄환을 발사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교수형 집행도 보고되고 있다. 예컨대 외국 매체 유포 등 이른바 '반동'으로 분류된 행위도 사형에 해당하는데, 실제로 지난해에는 한 22세 청년이 한국의 K팝 콘텐츠를 배포했다는 이유로 처형된 사례가 있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