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장관은 대장동 사건 재판 항소 포기(抗訴抛棄)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 10일 "(대장동 수사와 재판은)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었다"며 항소를 하지 않아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정 장관은 또 세 차례나 직간접적으로 항소를 "신중히 검토하라"고 말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지시한 적은 없다"고 변명했다. 믿기 어렵다. "항소하겠다"는 검찰을 향한 잇따른 "신중 검토" 지시는 검찰 입장에서는 "항소하지 말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 장관의 말대로 대장동 항소 포기가 그렇게 정당하다면 왜 법무차관과 검찰총장 직무대행 간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지를 설명하기 어렵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검사들의 항소 포기 경위 설명 요청에 "이진수 법무차관이 전화로 항소를 우려하며 몇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사실상 모두 항소 포기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론 등에 "용산과 법무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야 했다" "법무부 의견을 들었다"고도 했다. 사실상 법무부의 압박(壓迫)에 의해 항소를 포기하게 되었다는 주장인 셈이다.
반면 이 법무차관은 "대검에 항소를 포기하라고 한 적 없다. 대검이 알아서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차관이 10일 오후 법무부 검사 대부분(30여 명)을 소집해 항소 포기 과정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만약 항소 포기를 하지 않았다면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했다. 법무부의 입장은 '항소 포기였다'는 뜻이다.
대장동 사건 수사 팀의 항소 방침을 승인했다가 번복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최근 사의를 표명하면서 "중앙지검은 항소 포기를 지시한 대검과 의견이 달랐다"고 했다. 대검과 법무부, 중앙지검이 항소 포기를 두고 서로 책임을 전가(轉嫁)하는 모양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의 "항명한 검사들은 전부 징계해야 한다.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정권을 호구로 아는가"라는 협박성(脅迫性) 반응은 오히려 적반하장(賊反荷杖)의 억지스러운 느낌을 준다.
정정당당하고 떳떳하다면 합리적 논리를 갖춰 충분히 설명하면 그만인 것을, 항명(抗命) 운운하면서 격분(激忿)하는 것은 국민의 의혹을 키울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