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호 전 부장판사, 동대구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계엄령(Martial law)은 대통령이 비상시에 군사력을 동원하여 치안을 확보하고 일부 사법제도를 정지시키는 명령을 말한다. 이는 헌법상의 권한으로 긴급재정명령과 함께 대통령이 가지는 비상대권이라 한다. 이 계엄령이 실패하면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이 달성되지 못하는 것에 그치고 내란에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데 내란으로 전복시킬 정부 자체가 없다.
여기에 비해 쿠테타(Coup d'Etat)는 집권세력이 아닌 자가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집권세력을 전복하여 자신이 왕, 대통령 등 집권자가 되고자 하는 목적으로 무력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헌법상의 권한이 아니고 사실상의 행위이며 성공했을 때는 집권자가 되고 실패하면 우리 법률상으로는 내란죄, 왕조시대에는 반역죄가 되어 혹독한 처벌을 받는다.
이번 비상계엄을 친위쿠테타라 보는 시각도 있는데, 친위쿠테타는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하여 자신 또는 3자가 일으키는 무력 사용을 말한다. 대표적으로는 나폴레옹이 1804년 대통령 임기가 끝나자 친위쿠테타를 단행하여 황제에 즉위한 사건이 있다. 중국에서 마오쩌뚱이 1966년 홍위병을 동원해 문화혁명을 일으키고 정적을 제거한 사건이 있다. 한국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1972년 유신헌법을 제정하여 3선 제한을 철폐하고 재집권한 사건이 있다. 친위쿠테타는 이미 권력을 가진 세력이 사용하는 방법이므로 실패할 확률이 적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12·3 비상계엄은 헌법적인 권한행사인가, 쿠테타인가가 국민들 사이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합법적 권한행사라고 보는 시각은 국회가 줄 탄핵, 줄 특검, 줄 삭감 등을 통해 정부의 행정기능을 마비시켰으므로 대통령이 헌법 제77조 제1항에 따라 합법적으로 발령한 것이고 국회의 요구에 따라 4시간 만에 해제하였으며 사상자가 1명도 없었다는 것을 근거로 든다. 쿠테타라고 보는 시각은 대통령이 명목상 비상계엄권을 행사하였지만 실질상으로 전시상태에 준하는 행정기능의 마비가 없었으므로 계엄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국가의 권능 중 중요한 부분인 국회의 권한을 침해했으니 내란이라고 보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계엄 당시 행정부의 수장이었지만 소수당 소속으로서 국회와 행정부의 상위에서 국가를 대표하면서 통치하는 권능을 가지고 있지 못하였다. 그 당시 국회는 압도적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되어 사회단체, 시민단체, 언론기관, 사법기관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다. 이러한 국정의 난맥상을 타개하기 위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였지만 여당의원 일부가 가세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에 4시간 만에 해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비상계엄이 실패하였다고 하여 내란이 바로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내란이라는 것은 형법 제87조에 따라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켜야 성립하는 범죄다. 대통령의 지시 하에 국회 본회의장에 4시간 동안 출동한 계엄군이 폭동을 일으켰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폭동은 국가의 통치권에 도전하는 무력행사로서 최소한 며칠 동안 지역적으로 치안이 마비되는 상태를 말하는데 대통령 자신이 통치권에 도전하였다고 보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세계 각국은 비상계엄을 발동한 전례가 많다. 미국에도 남북전쟁 당시 발령되었고 현재는 주민폭동, 폭우, 해일 등 자연재난 시 주 단위로 계엄령이 선포된다. 진압 시 경찰이 아닌 주방위군이 투입되어 진압한다. 폭동 가담자를 체포하려면 정상적인 사법절차에서는 체포,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야 되는데 계엄 하에서는 이들 절차가 생략된다.
중국, 북한 등 공산권 국가는 평시에도 군사국가로서 항상 계엄상태라고 봐야 된다. 우리나라는 6·25전쟁 때는 많은 계엄이 있었고, 5·16정변 당시, 6·3사태, 10·26사태, 12·12사태 시 비상계엄이 있었다. 그 이후 1993년 김영삼 정부 하에서 금융실명제를 실시하면서 긴급재정명령을 발령한 적이 있는데 이것도 일종의 계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2차 세계 대전 패전국가로서 경찰력 이외에 무력 사용 자체가 금지되다가 아베 총리 이후 자위대의 무력 사용이 승인되어 중·일 분쟁 등 돌발사태 시 계엄도 언제든지 가능한 상태라고 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