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저출생과의 전쟁 효과, 2024년부터 출생율 반등
붉은 말의 해엔 순풍순풍 아기 많이 낳아 다둥이 미담 늘었으면...
셰익스피어는 리어왕에서 노년의 리어가 세 딸에게 왕국을 나눠주려다 아첨에 속아 파멸하는 내용을 그렸다. 리어는 막내 코델리아를 추방하고, 두 딸의 배신과 폭풍 속 광기 끝에 코델리아의 죽음과 함께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1969년 한 가수는 미국의 알 윌슨이 부른 팝송 'The Snake'를 번안해 노래를 발표한다. 건넛마을에 사는 최 진사의 세 딸 중 셋째 딸이 가장 예뻐 동네 총각들이 끈질기게 구혼한다는 노랫말이 구수하게 다가온다.
이런 불후(?)의 문학과 노래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당분간 나오기가 힘들 것 같다.
결혼하지 않지 않으려는 청년들의 세태도 모자라 백년가약을 맺은 후에도 아이를 낳지 않는, 아니 낳지 못하게 하는 풍조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자네 셋은 언감생심, '딸딸딸' 아빠는 남아선호 사상이 열 번쯤 부활한다 해도 하늘 별 따기보다 어렵다.
경북도가 최근 '저출생과의 전쟁' 성과와 내년 추진 계획을 밝혔다.
경북도는 앞서 공동체 돌봄 모델인 'K보듬 6000'을 중심으로 공공 돌봄 서비스를 대폭 확대한다. K보듬 6000은 아파트 1층 등 생활권 내 돌봄 시설을 활용해 영유아·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평일·주말·공휴일 구분 없이 무료 돌봄을 제공하는 경북형 대표 돌봄 정책이다.
이용 어린이는 처음 사업을 시작한 지난해 7~12월 2만천2700명에서 올해 1~10월에는 12만9천168명으로 급증했다. 현재 12개 시군 66곳에서 운영 중이며 앞으로 전 시군으로 넓힌다.
특히 전국 최초로 도입한 '아파트 1층 0세 특화반'은 출산 직후 부모 부담이 집중되는 시기에 전담 간호사가 상주, 영아 건강·육아 상담과 틈새 돌봄을 제공해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는 경북도의 합계 출산율을 반등시키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0.966명(1만2천45명)에서 2022년 0.93명(1만1천311명)→ 2023년 0.86명(1만186)명 곤두박질치던 출산율이 2024년 0.897명(1만333명)으로 비로소 소폭 늘어났다. 이 수치는 같은 기간 전국 평균(0.748)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기본 사회의 구조와 뼈대의 개혁 없이는 경북도의 노력이 언제 다시 수포가 될지 모를 일이다.
▷전체 가구의 35%가 나 홀로 가구 ▷30대 70%가 미혼 ▷2030세대 30만명이 취포자(취업포기)라고 하는데, '결혼=지옥'이라는 등식이 사회에 고질병처럼 퍼져 있는 이상 출산율을 높이기엔 한계가 있다.
TV 채널만 돌리면 'SOLO' 간판을 내건 방송과 혼자의 삶을 예찬하는 프로그램이 넘쳐나며, 인기 세태로 자리 잡아,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풍조가 만연한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결혼이 최대의 투자며 아이가 미래'라는 인식부터 되찾아야 한다.
매년 정초가 되면 그 해 수호신이라 할 수 있는 십이지 동물의 의미나 상징을 알아보고 새해의 운수, 희망, 덕담으로 띠풀이를 하곤 한다. 60갑자를 음양오행과 결합하면 새해는 병오년 붉은 말의 해다.
말은 싱싱한 생동감, 뛰어난 순발력, 탄력 있는 근육, 미끈하고 탄탄한 체형, 기름진 모발, 각질의 말굽과 거친 숨소리를 가지고 있어 강인한 인상을 주는 동물로 통한다.
내년에는 말의 기운을 가진 자녀를 순풍순풍 낳아 최진사댁처럼 다둥이 이야기가 만개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