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오찬 회동이 당일 장 대표의 불참 의사 표명(表明)으로 무산됐다. 장 대표는 "한 손으로는 등 뒤에 칼을 숨기고 다른 한 손으로 악수를 청하는 데 대해 응할 순 없는 노릇"이라며 불참 이유를 밝혔다. 전날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이 사법 시스템을 뒤흔드는 '재판소원(裁判訴願) 허용법' '대법관 증원법'을 일방으로 통과시킨 것이 회동 불참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설 연휴를 앞두고 여야 대표와 협치(協治)를 연출하려 했지만, 헛된 구상이 됐다. 이는 정치권 내 대립과 불신의 골이 깊다는 방증(傍證)이다. 여기엔 청와대와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민주당은 위헌 논란이 있는 사법 개혁 법안들을 일방적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청와대는 이를 직·간접으로 지원하거나 방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 대통령은 여야 대표 회동에서 정 대표에게 "많이 가졌으니 좀 더 양보해야 한다"고 주문했으나, 다음 날 정 대표는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운운하며, 국민의힘을 맹공했다.
국민들은 통합과 협치를 원한다. 두 정당이 정쟁(政爭)을 그치고 민생과 국익을 위한 정치를 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국민통합위원회가 실시한 '5대 사회갈등 국민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92.4%가 보수·진보 간 이념 갈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결과는 엄중한 경고다. 진영(陣營) 대결이 정치는 물론 국민의 일상을 잠식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여당은 국정 운영의 주체로서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기는커녕, 아예 제1 야당을 배척(排斥)하고 있다. 야당 역시 강경 대응에 치우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殿堂)'이 아니라 '정쟁의 전당'이 돼 버렸다. 이러니 경제는 위태롭고, 국민은 고통받고, 미래 세대는 불안하다. 설날을 맞아 정치인들은 지역구를 찾아 주민들을 만날 것이다. 국민이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에 지쳤으며, 무엇을 바라는지 제대로 들어야 한다. 강성 지지층의 환호보다 침묵하는 다수의 불안을 읽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