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조두진] 한국인 vs 일본인

입력 2026-02-1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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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의 중의원 선거(총선) 압승(전체 465석 중 316석)을 보면서 한국이 일본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한국인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일본은 현재 중국의 대만 현상 변경(대만 침공 등) 압박에 직면(直面)해 있다. 미국은 중국의 현상 변경 억제에 일본이 더 많은 역할을 분담할 것을 요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에 앞서 노골적으로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하고, 자민당 압승 후 "훌륭한 국민"이라며 일본 국민을 치켜올린 것도 '군사력 강화' '자위대 역할 변화'를 바라기 때문이다.

한때 세계 질서의 축(軸)이었던 '규범(規範·마땅히 지켜야 할 가치)'은 멀어지고 세계는 다시 '자국 이익을 위해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는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은 자존심 또는 이상(理想)을 접고 현실을 택했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에 일본이 '총알같이' 응한 것도 자민당에 몰표를 준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19세기, 조선과 일본은 공히 쇄국정책(鎖國政策)을 펴다가 억지로 개항(開港)했다. 두 나라의 개항에 22년 차이가 난다.(조선 1876년, 일본 1854년) 사람들은 이 22년 차이가 두 나라를 지배 국가와 식민지로 가른 주원인이라고 본다. 그러나 더 근본적 질문을 해야 한다. 당시 항해 기술로 기껏 한나절 거리에 불과한 양국이 개항에 어째서 22년이나 차이가 났을까. 양국의 운명을 가른 것은 개항 시기 차이가 아니라 개항에 22년 시차(時差)를 낳은 '세계관 차이(이상과 현실)'였다.

만약 한국이 중국 영향력 확대, 북한 위협 강화 속에 선거를 치른다면 어떤 투표를 할까? 거기에 미국 대통령이 "한국은 무력을 증강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며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면 어떤 반응(反應)을 보였을까? "양키 고 홈"을 외치고, "전쟁 반대·군사력 강화 반대·무력으로 평화를 살 수 없다"며 일본과는 반대로 투표하지 않았을까? 조선이 보여준 태도, 관세 협상 후속 처리 과정, "깡패 트럼프"라는 외침에서 짐작할 수 있다.

세상이 험하면 그에 걸맞게 대비를 해야지, 국민과 정치가들이 "깡패는 나빠요. 우리 그렇게 살지 말아요"라고 외치는 것이 선(善)이라고 믿는 한 '노예'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