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지난 9월 말부터 연속 1천400원대 기록
"고환율 상황 장기화 시 내년 제품가격 조정 불가피"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유통·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을 높이고 있다. 고환율 상황이 길어질 경우 내년 상반기 식품가격의 '도미노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자금중개사 서울외국환중개 등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주간거래 종가 기준)은 지난 9월 30일(1천402.90원)부터 이날(1천465.7원)까지 연속으로 1천4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월 하순부터 1천300원대로 내리며 안정세를 보이던 환율은 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과 안전자산 선호 심리 등으로 치솟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식품업계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체들은 통상 원자재 재고를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비축해 사용한다. 환율 상승으로 자재 비용이 오를 경우 비축 물량이 소진되는 3개월 후부터 제품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대표적으로 밀과 대두, 옥수수 같은 곡물 가격이 널뛰면서 제분업계 고심이 깊어진 분위기다. 밀가루 제조업체들은 밀가루 주원료인 소맥을 미국, 호주 등에서 구매하는데 최근 국제 밀 가격과 환율이 오르면서 구입비 부담이 급등한 것이다.
밀가루 사용이 필수적인 라면·제과류 등 주요 가공식품 생산업체도 환율과 수입물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사료용 곡물 단가 상승은 축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수입육을 포함한 육류 가격 인상은 햄·소시지 등 가공식품 가격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수입품을 취급하는 유통업체와 식품업체들은 자재 수입 시기를 가능한 한 늦추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는 때를 기다려 자재를 들여온다는 생각이지만 환율이 지속해 오를 경우 비용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로 지목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입 자재를 국산으로 대체해 수입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에 대비해 대금을 선지급하는 방식 등을 활용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손해가 크지 않지만 원자재를 미리 사두더라도 업계 특성상 장기간 보관할 수는 없어 환율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이로 인한 원가 압박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특히 업계는 서민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정부 눈치 때문에 고환율에도 가격을 높이지 못해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