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없는 코인이 매매 체결돼 30억 원 현금화… 시세 10% 급락
업계 "빗썸 실제 보유량 5만 개뿐이라 38조 원 대규모 유출은 막혀"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직원 실수로 약 38조 원 규모의 비트코인이 허공에서 생성돼 이용자들에게 지급되는 초유의 금융 사고가 발생했다.
실제 코인이 아님에도 매매가 체결되어 약 30억 원이 현금으로 빠져나간 사실이 금융 당국 조사를 통해 확인되며 '장부 거래'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와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경 빗썸은 '랜덤박스' 이벤트를 진행하며 당첨금 지급 단위를 '원(KRW)'이 아닌 '비트코인(BTC)'으로 잘못 입력하는 사고를 냈다.
당초 1인당 최대 5만 원을 지급하려던 계획이었으나, 전산상으로는 1인당 최소 2,000비트코인이 입금됐다. 사고 발생 시점 시세(약 9,800만 원)를 적용하면 인당 1,96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이날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은 총 40만 개, 원화 환산 시 약 38조 5,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는 비트코인 전체 발행량의 약 2%에 해당하는 막대한 물량이다.
문제는 이 '유령 비트코인'이 실제 시장에서 거래됐다는 점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이번 오류로 지급받은 코인을 일부 사용자가 즉시 매도해 실제 인출한 금액은 약 30억 원 규모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빗썸이 보유하지도 않은 자산이 내부 전산망에서 정상 자산처럼 인식돼 매매가 체결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매도 폭탄'이 쏟아지며 빗썸 내 비트코인 시세는 타 거래소 대비 10% 이상 폭락한 8,100만 원대까지 추락해 일반 투자자들의 자산 가치가 훼손됐다.
다만, 38조 원에 달하는 유령 코인 전체가 외부로 유출되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거래소가 실제로 보유한 물량에 물리적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빗썸이 실제 지갑(Wallet)에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5만 개 수준으로 알려졌다. 내부 장부상으로는 40만 개가 찍혔더라도, 실제 블록체인(On-chain)상에서 외부 지갑으로 전송할 수 있는 물량은 빗썸의 보유 한도인 5만 개를 넘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장부상 잔고'와 '실제 출금 가능 물량'의 괴리가 역설적으로 대규모 국부 유출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한 셈이다.
블록체인 보안 전문가 A씨는 "대규모 외부 반출이 막힌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 사고의 본질은 거래소가 보유하지도 않은 자산이 거래됐다는 점"이라며 "거래소 내부 장부(Off-chain)와 실제 블록체인 간의 실시간 검증 시스템이 부재함을 드러낸 것으로, 마음만 먹으면 실제 코인 없이도 장부 조작만으로 가짜 코인을 유통시킬 수 있다는 기술적 허점이 노출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빗썸 측은 "사태 파악 직후인 오후 7시 40분쯤 입출금을 전면 차단하고 회수 조치를 진행했다"며 "160여 명의 계정에서 사용하지 않은 비트코인 40만여 개를 전량 회수했고, 이미 현금화한 건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포함해 회수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오입금된 계정들은 로그인이 제한된 상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즉시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순한 전산 장애를 넘어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의 부실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피해 규모가 워낙 크고 시장 신뢰를 훼손한 만큼 철저히 사고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가 '제2의 FTX 사태'에 대한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
한 빗썸 이용자는 "거래소 화면 속 숫자가 실제 지급준비금과 1대 1로 매칭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투자자들의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강도 높은 투명성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