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명물인 황남빵이 'APEC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경주 황남빵 본점 앞에는 손님 대기 줄이 길게 서는가 하면, 인터넷으로도 주문이 폭주한다는 것이다. 업체 측이 '고가의 되팔기'나 '유사 상품' 주의를 당부할 정도니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황남빵은 외교부 심사를 거쳐 경주 APEC 정상회의(頂上會議) 공식 디저트로 선정됐다.
황남빵이 새삼 높은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시진핑 중국 주석 덕분일 것이다. APEC 정상회의 참석차 경주를 방문한 시 주석은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인사를 나눈 후 "황남빵을 맛있게 먹었다"고 했다고 한다. 전날 이 대통령이 황남빵을 한식 보자기에 싸서 전달했는데, 시 주석이 감사의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기분 좋아진 이 대통령은 이날 중국 측 대표단에 황남빵 200상자를 추가로 보냈고, 중국 외 모든 APEC 회원국 대표단에게도 황남빵을 선물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이번 경주 APEC에서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못지않은 주목을 받았다. 11년 만에 방한한 시 주석은 트럼프와 각을 세우는 'G2' 수장이자 경제·안보 측면에서 한국이 '척'을 져서는 곤란한 상대다. 시 주석은 APEC 정상회의에서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높을수록 한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너가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아태(亞太) 공동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대통령실은 경주 APEC을 계기로 한중 관계를 전면 복원했다고 평가했다. "11년 만에 이루어진 국빈 방한은 우리의 국익 중심 실용 외교 추진에서 한중 관계 발전이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들었음을 말해 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한중 정상 간 '화해 무드'가 국익을 외면해서는 안 될 노릇이다. 현재 한중 양국 간에는 다양한 현안이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 측의 서해 PMZ(잠정조치수역) 내 무단 구조물 설치가 최근 대표적 이슈다.
중국은 서해 한중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排他的經濟水域·EEZ)이 겹치는 PMZ에 '어업 시설'이라며 인공 구조물인 선란 1호(2018년)와 2호(2024년)를 설치했다. 이 구조물에는 헬기 착륙장까지 갖췄다고 한다. 2022년에는 관리 시설이라며 석유 시추 설비 형태의 구조물까지 세워졌다. 지난 2월에는 한국이 중국 측 구조물 조사에 나섰다가 중국이 막아서면서 양측 해경이 대치하기도 했다.
중국은 서해 구조물이 단순 양식 시설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정부는 우리 측과 협의 없이 시설을 짓고 우리의 접근과 조사까지 막는 건 문제라는 입장이다. 당시 국민의힘에서는 "양국 간 협정 위반이자 대한민국 해양 안보에 대한 도발"이라고 비난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중국 측이 한중 관계를 훼손하는 데 강한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한중 정상회담 후 "서해 구조물에 대해 좋은 논의가 있었고 실무 협의를 통해 문제를 푼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고 한다. 정상 간 원론적 논의일 뿐, 남은 숙제는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몫이다. APEC 정상회의 직후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6%포인트나 올랐다고 한다. 자칫 APEC 성과와 지지율 상승에 고무된 정부와 여당이 서해 구조물처럼 껄끄러온 외교 이슈 해결에 소극적이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여야 모두 서해 구조물 문제에 대한 강한 유감을 밝혔던 만큼,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국익 위주 실용(實用) 외교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