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핵(核)과 AI(인공지능) 등 첨단기술과 무기를 갖춘 전함(戰艦)을 도입하는 '황금 함대' 구상을 발표하면서 "해군이 한국 회사 한화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자 국내에서는 환호가 터졌다. 배수량 3만~4만t 규모의 트럼프급 전함이 이끄는 황금 함대는 약 280~300척 규모의 유인 함정과 다수의 무인 함정이 결합한 형태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생산 인프라를 갖춘 한국 조선업의 대호황(大好況) 골드 러시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조선업은 붕괴(崩壞) 직전 상황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꿈'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한국의 도움이 불가피하다. 한화뿐만 아니라 HD현대 역시 미국 최대 군함 조선 업체인 헌팅턴 잉걸스(HII)와 이미 협력(協力) 관계를 맺고 있고, 삼성중공업도 미국 현지 업체 등과 함께 공동 입찰에 참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부에선 황금 함대가 2030년 이후에나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향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구상(構想)이 현실(現實)이 되기까지 많은 장애(障碍)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중국 해군의 함정 수가 2020년 350척으로 벌써 미국 293척을 추월한 상황에서 미 해군의 발 빠른 함정 건조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어쨌든 한국 조선 대기업의 골드 러시는 보장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드시 한국인들에게 이익이 되는지에 대해선 의구심(疑懼心)이 남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도움을 받아 미국 땅에서 미국인에 의해 군함이 건조될 것'을 수차례 강조했다. 한·미 조선 업체가 미국에서 협력해 주된 업무를 하고, 한국에서 보완적 작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짭짤한 이익'을 기대할 순 있다.
문제는 미국의 해군력 증강이 중국의 해양 굴기에 맞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제해권을 공고히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이다. 중국 간첩이 득실거리는데도 간첩법(間諜法) 하나 개정하지 못하는 친중 정권이 지배하는 나라에 '군사적 중요 작업'을 내맡기긴 쉽지 않다. 조선업이 미국으로 쓰나미처럼 빠져나가면서 한국 조선업은 공동화(空洞化)될 것이라는 우려가 결코 기우는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