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김성준] 이재명 정부의 치명적 자만

입력 2026-02-1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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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정부는 다가오는 5월 일몰(규제나 법률 도입 시 유효 기간을 정하고, 시기가 이르면 효력이 종료되는 제도)이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제도의 종료를 가시화하면서 주택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25일 이재명 대통령은 한 소셜미디어에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언급했다. 이 말의 방점은 물론 후자, 즉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는 데에 있다.

여기서 시장에 대한 대통령의 근본적인 시각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적 이념이 발현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과거 좌파 성향의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누차 시행했으나 단 한 번의 성공사례도 남기지 못했던 부동산 규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후보 시절 이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고 굳이 그걸 압박해 가지고 서로 비싸게 사고 팔겠다는 걸 힘들여 낮출 필요 있습니까? 앞으로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은 세금으로 수요를 억압해서 가격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 공급을 늘려서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이전 정부를 비난했었다. 도대체 경제철학과 가치관에 일관성이 없는 건지, 아니면 선거에서 승리를 위해서라면 교언영색(巧言令色)을 마다하지 않은 건지 묻고 싶다.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자들은 시장을 불확실성에 노출된 무질서와 혼돈으로 치부하고, '전지전능한' 정부의 계획적 개입을 통해 시장을 통제해야만 한다고 맹신한다. 그래서 정부가 시장 고유의 작동원리를 부정하고 모든 생산과 분배를 국가 계획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공산주의의 경제 전략이다. 이들에게 시장은 정부의 시녀일 뿐이다. 이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시장을 인위적으로 재설계할 수 있다는 '설계주의적 오만'에 차 있다.

이러한 발상의 허구성을 이론적으로 파헤친 경제학자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이다. 그는 1988년 <치명적 자만>을 출간하여 사회주의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정부가 경제를 완벽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인간의 이성으로 복잡한 사회질서를 설계하고 조작할 수 있다는 사회주의자들의 신념은 위험한 환상이며 치명적인 자만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논거를 지식의 문제, 특히 '분산된 지식'의 관점에서 찾는다. 세상의 지식은 결코 한 곳에 집중될 수 없고, 수많은 개인에게 분산되어 있다. 경제를 완벽하게 통제하기 위해서는 세상에 흩어져 있는 개인의 선호, 자원 상태, 기술 조건 등에 대한 방대한 정보와 지식을 중앙 정부가 완전히 장악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의 집중에 기초한 중앙 계획과 통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인류 문명은 똑똑한 누군가의 의도나 설계 때문이 아니라, 시장이라는 '자생적 질서'에 힘입어 발전해 왔다. 자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란 인위적으로 의도된 계획이나 명령 없이, 개인들의 자발적 선택과 상호작용을 통해 스스로 생겨나고 진화한 결과로서의 질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언어는 학자들이 발명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규칙이 생겨나고 진화한 것이다. 화폐(돈)는 교환의 편의를 위해 조개껍데기, 금, 은 등을 사용하기 시작한 데서 출발했다. 관습법은 의회와 같은 조직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재판 과정에서 쌓인 판례와 상식이 굳어져 법적 질서가 된 것이다. 시장 또한 정부의 인위적인 설계 없이 가격 신호를 매개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달성하는 대표적인 자생적 질서이다.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보다 우월한 이유는 시장의 자생적 질서가 정부의 인위적 설계보다 압도적인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제한적 지식은 인위적 설계의 한계를 드러내지만, 시장의 자생적 질서는 파편화된 정보를 모아 최상의 사회적 해법을 도출한다. 건강한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은 정부의 강압적인 지시가 아니라, 시장의 자율적 조정능력과 역동성에 있다. 가격이라는 정교한 신호 체계는 누구의 의도도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원의 흐름을 최상의 길로 안내한다. 시장의 본질은 자유로운 교환과 자생적 질서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장의 힘을 신뢰하는 체제가 곧 자본주의이다. 반면 정부의 본질은 계획과 관리, 그리고 통제된 질서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부의 힘을 신뢰하는 것이 바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이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