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김교영] '마약 공화국' 될라

입력 2025-11-03 05:00:0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TV 드라마 '은수 좋은 날'이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 은수(이영애 분)의 남편은 코인 투자 실패 후 췌장암에 걸렸다. 은수는 우연히 손에 들어온 마약 가방으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孤軍奮鬪)한다. 제목 '은수 좋은 날'은 현진건의 단편 소설 '운수 좋은 날'의 오마주이자 '운수'를 발음이 비슷한 '은수'로 대체한 언어유희(言語遊戲)다. 드라마는 마약이 우리 곁에 깊숙이 들어왔음을 보여 줬다.

마약이 광범위(廣範圍)하게 유통되고, 마약 원료를 수출하다가 적발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마약 청정국(淸淨國)'이었던 우리나라가 '마약 공화국'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지난 9월 30일 경찰은 미국과 호주로 시가 159억원 상당의 마약 원료를 밀수출하던 일당을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공조수사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DEA가 한국 경찰과 공조해 내국인 마약 사범(事犯)을 수사하고, 한국이 마약 수출국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영화에나 나올 일이 현실이 됐다.

한국은 2015년 마약 청정국(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 20명 미만) 지위를 상실했다.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 백서(白書)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 사범은 2만3천22명(10만 명당 44.7명)으로 2015년 1만1천916명(10만 명당 23.1명)보다 두 배 늘었다. 이는 검거된 사례일 뿐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추정(推定)하는 지난해 기준 국내 마약 사범은 64만4천여 명에 이른다.

마약은 젊은 층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20·30대 마약 사범 비율은 전체의 60%를 웃돈다. 해외 '직구'(직접 구매)라는 새로운 유통 경로와 함께 SNS, 인터넷 커뮤니티, 암호화폐 등 구매·지불 방식이 간단하고 다양해지면서 마약 거래가 손쉬워졌다. '던지기 수법'(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겨 두고, 구매자가 찾아가도록 하는 방식)은 주택가 골목까지 침투(浸透)했다. 서울의 한 호텔 앞 화단에선 마약이 든 축의금 봉투가 발견되기도 했다.

마약이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다. 마약의 국내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게 상책(上策)이다. 탐지 장비 첨단화, 국제우편·특송화물 감시 강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마약의 위해성을 알리는 홍보가 강화돼야 한다. 마약은 사람과 사회를 병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