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점매석(買占賣惜)은 물건값이 오를 것을 예상해 미리 한꺼번에 사서 쌓아두는 것을 말한다. 이윤은 폭등하고 민중(民衆)은 높은 물가로 죽어난다. 민중의 분노가 매점매석하는 장사꾼을 향하도록 정부는 "저런, 쳐죽일 놈" 하면서 공공의 적(敵)을 타깃한다. 매점매석 단속은 정부의 실패를 감출 희생양을 만들 수 있어 왕조 사회는 물론, 현대에서도 종종 사용되는 전형적 수법이다.
고물가(高物價)로 민생 경제 위기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이재명 정부는 '물가 책임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품목별로 차관급 물가안정책임관을 정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배추 국장' '쌀 실장' 등이 또다시 등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기업을 옥죄어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기본적 발상은 매점매석 장사꾼 단속이나 마찬가지이다.
고물가의 중요 요인으로 고환율(高換率)에 따른 수입 물가 급등이 지적된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최근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리고 있고 이것이 자산 가격 상승 및 원화 약세를 유발하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과도한 해석으로 평가된다"는 말장난 같은 기괴한 분석을 내놨다.
이재명 정부의 '돈 뿌리기' 정책 등으로 10월 통화량(通貨量)이 전년 동월 대비 8.7%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인 4천470조원대를 돌파한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시중에 돈이 폭증하면 한국 원화의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급등하고 물가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럽다. 현 정부가 확장 재정 정책을 계속하면 고물가·고환율의 악순환(惡循環)에서 더욱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한은(韓銀)이 교묘하게 감추는 듯 보인다. 환율 상승의 유일한 원인이 유동성 증가 때문인 것은 아니지만,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무역수지 흑자에다가 달러 가치까지 하락하는 와중에, 유독 원·달러 환율만 폭등하는 기현상(奇現象)은 한국 정부의 특수성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노란봉투법·중대재해법 등 반기업·반시장 정책들이 한국에서 자본 대탈출(大脫出)을 불러일으킨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정부는 6개월 동안 서울 집값을 잡겠다면서 세 번째 10·15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 급등기로 꼽히는 문재인 정부 시절보다 높은 8.04%(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진짜 '아파트 대통령'으로 불릴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