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APEC⑨] APEC 준비 끝낸 경주, '확' 달라졌다

입력 2025-10-23 17:41:44 수정 2025-10-23 19: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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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회의 위한 도로 등 인프라 확충…경주발전 앞당겨
회의시설과 호텔, 보문관광단지 대변신 …APEC 이후 큰 자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열흘 앞둔 18일 경북 경주시 보문호 수상 공연장에서 APEC 정상회의 개최를 기념하는 멀티미디어쇼가 열리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열흘 앞둔 18일 경북 경주시 보문호 수상 공연장에서 APEC 정상회의 개최를 기념하는 멀티미디어쇼가 열리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이달 말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경북 경주. 지난해 6월 인천과 제주를 제치고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로 선정된 이후 경북도와 힘을 모아 준비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정상회의장과 미디어센터, 만찬장 등 기반시설은 물론 도로· 교통망 확충, 도시 경관·환경 개선, 숙박· 음식 등 관광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와 투자를 했다. 경주가 더 깨끗해졌고, 손님맞이를 위한 시민의식도 더욱 성숙해졌다. 그야말로 경주가 많은 분야에서 '확'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깨끗하게 정비한 도시 인프라

APEC 정상회의가 다음 주로 다가오면서 경주는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한 막바지 준비와 점검으로 분주하다.

경주의 관문인 경부고속도로 경주요금소는 진출입 차량들이 원활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총 4차로의 다차로 하이패스 전용차로를 신설했다. 차로도 새로 도색을 마쳤고, 현판도 '경주'라고 쓴 한글로 새단장 했다.

경주요금소를 지나 정상회의가 열리는 보문관광단지로 가는 도로는 깔끔하게 정비돼 깨끗한 도시라고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경주시는 APEC 정상회의를 위해 총 사업비 346억원을 들여 경감로와 보문로, 보불로, 산업로 등 주요 도로 약 67km 구간을 포장과 도색은 물론 표지판 정비, 보행안전을 포함한 대대적인 정비를 마쳤다.

경주시내 주요 도로변 가로등을 교체하고, 야간경관 개선을 위해 가로수를 비추는 열주등을 설치해 안전은 물론 다채롭고 화려한 빛을 연출해 관광도시의 밤을 밝히고 있다. 노후 도로표지판도 새로 정비했고, 주요 교차로와 보문단지 입구 등 곳곳에는 첨성대 등 경주를 상징하는 꽃탑을 설치해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하고, 국제적인 행사가 열린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보문단지 내 북천(보문호~덕동댐)은 하상 정비 및 준설을 거쳐 가동보를 설치했다. 하이코 인근은 꽃단지를 조성해 친수형 생태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서라벌대로와 배반사거리, 보문삼거리 등지에 가로수를 보식하고, 가로수 사이에 띠녹지를 조성해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 가로녹지 경관을 만들었다.

보문단지에서 만난 한 경주 시민은 "주요 도로포장과 도색 등의 정비, 도로변 경관이 APEC 개최 덕분에 깔끔하게 바뀌었다. 경주 발전을 앞당겼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MICE 산업 발전의 기반

국내 관광단지 1호, 국제회의복합지구로 지정된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이번 APEC 정상회의의 주무대다.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는 APEC 정상회의장과 국제미디어센터로, 라한셀렉트 경주 호텔은 만찬장으로, 경주 스포대공원은 경제전시장으로 활용된다. 솔거미술관과 우양미술관에서는 특별전이 열린다.

하이코는 각국 정상의 동선과 회의 진행에 최적화된 시설로 정비했다.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전면 교체했다. 화장실 정비와 카펫도 새로 깔고 옥상방수도 하는 등 대대적인 정비를 했다. 신축한 미디어센터는 정상회의 후 하이코의 전시장으로, 엑스포대공원 경제전시장은 'APEC 기념관'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특히 시설 규모가 작아 주로 회의장으로 활용됐던 하이코는 APEC을 통해 시설 개선과 전시공간 마련을 통해 MICE(회의·포상·컨벤션·전시) 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게 돼 향후 역할이 기대된다.

보문단지 내 12개 호텔은 APEC 개최를 앞두고 세계 정상들과 글로벌 CEO들이 머물 수 있도록 기존 객실을 개보수해 35개의 PRS(정상급 숙소)를 마련하고 시설 개보수를 마쳤다.

경주시와 경북문화관광공사(이하 공사)는 APEC 정상회의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국제회의와 문화·관광을 결합한 MICE 산업 거점으로 변모시키는 계기로 활용하기로 했다.

◆'낮보다 밤이 더 환한' 보문관광단지로 대변신
올해 개장 50주년을 맞은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공사는 보문관광단지 정비사업을 통해 '낮보다 밤이 더 환한 관광단지', 빛과 예술이 공존하는 야간 관광지로 새롭게 조성했다. 낮에는 여유롭고 밤에는 환상적인 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은 경주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 잡게 됐다.

보문호 중심부 호반광장에는 신라건국 신화인 박혁거세 탄생 설화를 모티브로 한 대형 알 모양의 APEC 상징조형물이 설치됐다. 공사 사옥인 육부촌 일원은 빛광장으로 변신했다. 보문로와 호반길은 '빛의 산책로'로 재탄생했다. 관광객 이용이 많은 공중화장실 7곳이 전면 개보수를 하고 조명도 밝게 했다. APEC 정상단 이동을 위해 정비한 헬기장 주변 도로와 진입로는 새로 포장하고 경관조명으로 깔끔하게 단장했다.

공사는 APEC 정상회의 이후 보문호 일대를 상시 관광명소로 활용한다. 보문물너울교, 보문호 루프 조형물 등 주요 경관시설의 야간 조명을 상시 점등하고 순환로 산책로는 시민과 관광객들의 휴식공간으로 개방한다.

또 2030년까지 총 5천억원 규모의 민자유치를 통해 보문단지 내 10개 사업지에 호텔, 상가, 휴양· 문화시설을 복합 조성할 계획이다.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은 "APEC을 계기로 보문관광단지는 국내 대표적인 야간 트레일형 관광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비상

경주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제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비상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관광기반 인프라 조성은 물론,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시는 APEC을 앞두고 월드 음식점으로 지정된 150곳은 옥외 가격 게시판과 QR 외국어 메뉴판, 다국어 지원 스마트 메뉴판을 제작했고, 양방향 통번역기를 지원했다. 안심숙박업소를 지정해 지정패를 주고 통번역기, 위생용품 등을 지원했다. 개인·법인 택시 1천여대에도 양방향 통번역 앱을 설치했다. 보문단지와 시가지 일대에는 원활한 통신과 치안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와이파이·CCTV 총 209대를 구축했다. 관광객의 불편을 해소하고 머물고 싶은 관광도시 조성 기반을 만들기 위한 사업들이다.

황리단길과 황남시장 100여개 상점은 자발적으로 관광객 편의와 친절한 경주 이미지 구축을 위해 화장실 무료 개방에 나섰다. 보문단지 내 화장실도 밝고 깨끗하게 바꿨다.

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APEC을 계기로 국내외 관광객들을 더 친절하게 맞기 위한 국제수준의 관광기반 조성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APEC 이후에 경주를 국제 문화관광도시로 발전시키는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성공적인 APEC 개최를 위해 시민들의 관심과 동참 의식도 높다. 경주시가 지난 3월부터 동국대와이즈캠퍼스에 민간위탁해 운영한 APEC 시민대학에서 3천여명의 시민들이 이수했다. 이들은 APEC 정상회의 의의와 시민들의 역할, 글로벌 에티켓과 친절교육을 받았다.

시민자원봉사단원들은 손님맞이 대청결의 날 거리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줍는 환경정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매월 네 번째 수요일을 APEC 클린데이로 정하고 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동참해 '내 집 앞·내 점포 앞 청소'를 실천하고 있다. 음식점이나 가게 업주들은 친절한 미소와 깨끗한 환경으로 손님맞이를 하고 있다.

시민들은 "APEC 정상회의 유치를 통해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성공적인 정상회의를 통해 경주가 세계에 널리 알려져 APEC 이후에도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등 국제적인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예전과 달리 널리 확산돼 있다"고 전했다. 경주가 여러모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