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대책의 무게추를 세제 개편으로 옮기는 모양새다. 당장 공급 확대가 어렵다 보니 매물(賣物)을 유도하기 위해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를 강화하고 취득세·양도세를 낮추는 방향이다. 그러나 지자체 재정을 떠받치는 취득세와 재산세를 낮추면 지방 재정 약화를 가져오고, 종부세만 올려서는 메울 수 없다.
결국 비정상적 세금 부과와 서울 집값 폭등의 원인인 '똘똘한 한 채' 선호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0·15 대책에서 25억원 초과 고가 주택의 주담대를 2억원으로 묶었지만 고가 1주택자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현행 세제가 버티는 상황에서 현금 부자에겐 통하지 않는 조치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양도소득세는 서울 1주택자를 수도권·지방 다주택자보다 훨씬 우대한다. 시세 차익이 12억원으로 같아도 주택 수에 따라 양도세는 1천800만원에서 7억1천400만원까지 격차가 난다.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극심한 집값 양극화를 감안할 때 징벌적 다주택 중과(重課)에 대한 합리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똘똘한 한 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지만 당장 세제 개편안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표심을 의식한 나머지 여당 내부에서도 보유세 강화를 둘러싸고 이견이 엇갈리고 있어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에나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획기적인 제도 개편 없이는 수도권의 '똘똘한 한 채' 쏠림을 해소할 수 없다. 10·15 대책 이후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인천·경기 비규제 지역으로 수요가 한동안 집중될 것이다. 국토부 차관과 주요 실장급 7명 중 5명이 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갖고 있다는데, 이런 상황에서 서민과 지방을 위한 부동산 정책이 마련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자신들은 수십억 자산으로 이익을 누리면서 국민들에게는 '전월세 난민(難民)으로 돌아가라' '외곽에서 3시간 출퇴근하라'고 강요한다"는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비판은 충분히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