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전에 '韓美 관세 빅딜' 실타래 푼다…美재무 "韓 협상 마무리 단계"

입력 2025-10-16 17:44:02 수정 2025-10-16 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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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실장·산업장관 16일 방미…대미 투자·통화스와프 조율 단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가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재무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가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재무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무역협상이 타결 수순에 접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이후 두 나라 간 최대 현안으로 꼽힌 3천500억달러(약 500조원) 투자 패키지와 통화 스와프 등 외환시장 안정장치가 막판 조율 대상이다. 결국 협상 타결의 관건은 미국 측이 어느 수준에서 스와프를 수용할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도착하는 대로 미국 백악관 관리예산국을 찾아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 차 현지에 머무르며 이 협의에 합류한다. 미국 백악관 관리예산국은 행정부의 예산과 정책 집행을 총괄하는 기관으로, 이번 논의는 사실상 협상 문안의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는 단계로 해석된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5일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과 관련한 이견이 해소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향후 10일 내로 무엇인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CNBC방송 대담에서도 "한국과 협상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다(we are about to finish up with Korea)"고 언급해 협상 타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협상의 핵심은 3천500억달러 투자 패키지의 구성과 집행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현금을 출자하는 지분투자 비율을 약 5%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보증(credit guarantees)과 대출(loans) 형태로 충당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일본과의 사례처럼 직접 투자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베선트 장관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지만 우리는 디테일을 해결하고 있다(ironing out the details)"고 한 것은 이 같은 세부 항목에서의 의견 접근을 의미한다.

한국 정부는 대규모 투자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외환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를 제안해왔다. 베선트 장관은 "재무부가 통화스와프를 제공하지는 않으며, 이는 연방준비제도(Fed) 소관"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내가 연준 의장이라면 한국은 이미 싱가포르처럼 통화스와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0년 3월 미국과 싱가포르가 체결한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언급한 것으로, 한국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3천500억달러 투자액 조달 방식을 둘러싸고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보유액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화 계좌를 활용해 투자금을 집행하는 아이디어나 달러표시 외평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본질적으로는 모두 통화스와프와 유사한 개념이라는 분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