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장기이식 시스템 마비…대기 순번 확인 어려워 병원 내에서 자체 이식

입력 2025-10-16 1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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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자 발생해도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여부도 파악 어려워"
의료진 "전산망 화재로 병원 내에서 응급도 높은 환자로 결정하는 것이 최선"

27일 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소화수조에 담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에 소방대원이 물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소화수조에 담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에 소방대원이 물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영남권의 한 대학병원에선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뇌사자가 나왔지만, 병원 내 자체 환자를 이식 수혜자로 결정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기존에는 병원이 달라도 대기 기간·응급도에 따라 전국 단위로 이식 우선순위가 정해졌는데, 최근 국가전산망 화재로 시스템이 멈추면서 장기별 대기자 확인이 불가능해졌기 때문.

이 병원의 의료진 A씨는 "지금은 뇌사자가 발생해도 장기기증 희망등록자인지 여부조차 전산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복구가 시급한데 언제 이뤄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운영하는 장기조직혈액통합관리시스템(코노스)이 마비되면서 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된 장기이식 현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국가행정정보시스템은 중요도가 높은 등급(1~4등급)일수록 복구율이 높은데, 전문가들은 3등급인 코노스가 생명과 직결된 만큼 복구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16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코노스는 20일째 마비된 상태다. 통상 뇌사 장기기증자가 발생하면 혈액형과 백혈구 항원 교차 검사결과, 응급도에 따라 이식 수혜자가 결정된다. 하지만 코노스 가동되지 않으면서 전국 단위로 우선순위를 결정하던 매칭 방식이 중단됐다.

이에 최근 정부는 '뇌사자가 발생한 병원에서 이식 대상자를 우선 선정하라'는 방침을 정했다. 문제는 뇌사 기증자가 발생한 병원에 특정 장기에 대한 적절한 대기자가 없는 경우다. A씨는 "병원에서 적출한 장기를 받을 환자가 없으면 인터넷 지도 기준으로 거리를 재고, 가까운 순으로 전화를 돌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의료진들은 국가행정정보시스템 가운데 코노스가 3등급에 분류됐더라도 생명과 직결된 만큼 복구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날 기준 코노스가 포함된 3등급의 복구율은 51%에 그친 반면, 중요도가 높은 1·2등급 복구율은 각각 77.5%, 55.9%에 달한다.

조원현 계명대 동산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기존에는 가장 적절한 대기자를 전국 명단에서 선정해 이식이 이뤄질 수 있었지만, 국가전산망 화재로 병원 내에서 응급도가 높은 환자로 결정하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라며 "병원 내에서 자체적으로 이식이 불가한 상황에는 코디네이터들이 직접 타병원에 연결을 취하는 수고스러움도 있다. 코노스가 생명과 직결되다 보니 빠른 복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이식 대기자 선정이 안 되면 코노스에 알리게 돼 있고, 취합한 뒤 선정 기준에 따라 이뤄진다"며 "장기이식 관련 시스템이 생명과 관련된 것이고 행안부에서도 최대한 신경을 쓰겠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국민 생명에 필요한 시스템이다 보니까 등급이 낮더라도 소관부처와 협의해서 빠른 복구를 계획했고, 빠르면 내일 복구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