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조직의 감금 피해자들이 구조된 뒤에도 극심한 고통 속에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열악한 현지 유치장 시설에 장기간 구금돼 있는 데다, 현지 경찰의 부당한 금품 요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5일 KBS가 보도한 시아누크빌 경찰서 유치장 내부 영상에는 종이박스 위에 덮개를 깔고 다닥다닥 누워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다. 한 칸에 수십 명이 갇혀 지낼 정도로 밀집된 공간이며, 화장실 시설은 변변치 않아 유치장 내부에서 대소변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아누크빌 등 범죄조직 밀집지역에서 구조된 한국인 상당수가 현재 경찰서 유치장에 임시 수용된 상태다. 이들이 머무는 공간은 위생은 물론 안전조차 담보되지 않는 환경으로, 감금 당시 못지않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구출된 한 남성 A씨는 "조그만 데 거의 80명 정도 이렇게 같이 갇혀 있다"며 "대소변도 그 안에서 보게끔 (한다). 화장실을 못 가게 한다"며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구조 후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휴대전화 사용, 외부 연락, 유치장 외부로 나가는 모든 과정마다 경찰은 대가를 요구했다. A씨는 "(경찰이) 너희가 여기서 나가고 싶으면 나한테 2만 달러를 줘라 그런 식으로 뇌물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구조된 이후 피부병에 시달릴 정도로 환경이 열악한 경찰 유치장에서 2주 넘게 갇힌 신세다. 가족에게 전해진 말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이민국 가려면 두 달 세 달 걸린다 그렇게 얘기했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돈을 얼마 주면 바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구조된 한국인 상당수는 이 같은 유치장 여러 곳에 분산 수용된 상태로, 송환 시기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SBS에 따르면, 일부 피해자는 구조 이후 같은 유치장에 조직원과 함께 수용되며 또 다른 위협에 노출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사업상 자금난을 겪던 40대 남성 B씨는 캄보디아에서 자금 이체를 도와주면 이체금 10%를 수수료로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그는 감금 직후 폭행과 협박에 시달렸다. B씨는 "(여기가) 한국인 줄 아느냐, 팔다리 얘기부터 하고. 팔다리 자르는 동영상도 보여준다. 섣부른 짓 하지 말라는 거다"라는 증언했다.
신고로 범죄단지에서 벗어난 뒤에도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B씨는 조직원과 같은 경찰서 수용소에 함께 구금됐다. B씨는 "(범죄조직) 그쪽에서 한 사람을 붙였다. 그래서 저랑 일주일 동안 같이 잠을 잤다"라고 밝혔다. 경찰서 내부에서도 조직원의 협박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는 "경찰서 안에 있어도 중국인들이 경찰서에 돈을 줘서 빼낼 수가 있다더라"고 전했다.
수용 환경 역시 열악했다. B씨에 따르면 시멘트 바닥에 천막을 깔아놓고, 200명 정도의 인원이 화장실 3칸을 함께 쓰고 물도 빗물 받아놓은 것으로 사용했다. 한 달 뒤 이송된 이민청 수용시설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밥과 물에 씻은 배추만 하루 한 끼 제공되는 환경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려면 담당 직원에게 음식값의 10%를 상납해야 했다. 휴대전화도 돈을 내야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대사관에선) 자기들이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얘기하더라. 그 나라 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피해자의 전언이다. 이처럼 불안정한 구금 생활은 두 달 넘게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