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시위' 19일 만에 축출된 마다가스카르 대통령

입력 2025-10-15 15:54:31 수정 2025-10-15 16:27:42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의회, 대통령 의회 해산령 거부하고 탄핵 의결
군조직 캡사트, 2년간 임시 통치·새 헌법 제정

마다가스카르의 의회는 14일(현지시간)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탄핵을 의결했다. 시위대들이 안타나나리보에서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AP 연합뉴스
마다가스카르의 의회는 14일(현지시간)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탄핵을 의결했다. 시위대들이 안타나나리보에서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이 Z세대의 반정부 시위 19일 만에 사실상 축출됐다. 이로써 마다가스카르는 네팔에 이어 최근 전 세계에서 Z세대 시위가 정부를 무너뜨린 두 번째 나라가 됐다.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의 의회는 14일(현지시간)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탄핵을 의결했다. 의회는 이날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의회해산령을 거부하고 대통령이 직무를 포기했다며 전체 163석 가운데 탄핵 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 2를 훌쩍 넘긴 130표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반정부 시위에 합류한 군부는 의회의 탄핵 의결 직후 정권 장악을 선언했다. 육군 행정·기술 장교로 구성된 엘리트 군조직 캡사트(CAPSAT) 부대의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은 국영 라디오에 "우리가 권력을 잡았다"고 선언했다. 이어 탄핵을 의결한 의회를 제외한 모든 국가기관을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은 이후 기자들에게 "최대 2년의 과도기 동안 의회, 정부, 사법부 연합체가 국가를 운영할 것"이라며 "이 기간 새 헌법 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점진적으로 새로운 기관 설립을 위한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통령궁 앞에 무장 군대가 주둔하는 것은 명백한 쿠데타 시도"라며 "대통령은 임기를 보전하며 헌법 질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지난달 25일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 주도로 잦은 단수와 정전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됐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내각 전체를 해임하며 수습에 나섰으나 청년층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격화했다.

급기야 지난 11일 시위에서 수도 안타나나리보 외곽 소아니에라나 지역의 캡사트 부대가 "발포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며 시위대에 합류했다. 헌병대와 경찰도 잇따라 시위대 합류를 선언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전날 페이스북으로 중계한 대국민 연설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고 밝히고 헌법에 따라 위기를 해결하겠다며 사임을 거부했다. 그의 행방은 현재 알려지지 않았다.

2009년 당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 마르크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과도 정부 수반으로 취임한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2013년 대선에 불출마했으나 2018년 대통령에 당선돼 복귀했고, 2023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2009년 정권 교체를 도운 캡사트 부대마저 그에게 등을 돌리며 재선 임기를 채 2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