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시신 인도 지연… 20구 남아
구호 트럭 절반 줄이고 연료 반입 제한
하마스 자발적 무장 해제도 지지부진
트럼프 "무장 해제 않으면, 강제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 발효 나흘 만에 합의 위반 문제로 삐걱대고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서 끌고 왔다 사망한 인질의 시신을 제때 넘겨주지 못하자 이스라엘이 구호물자 반입 제한 등 맞대응에 나섰다. 28구의 사망 인질 송환 문제는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의 세부 사항 중 하나로 남아 있었는데 하마스가 넘긴 시신은 8구에 불과한 탓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부 라파 검문소의 개방도 연기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시신을 넘기지 않아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며 15일부터 가자지구에 반입되는 지원 트럭을 합의된 수의 절반으로 제한하는 한편 이집트 남부 국경 개방 계획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경을 개방하지 않으면 부상자 치료를 위한 이송 등이 불가능해진다.
일각에서는 하마스가 사망 인질의 시신을 어디에 매장했는지 정확히 기억해 내지 못해 송환이 지연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로이터통신은 최소 19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1명은 행방불명 상태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강경하다.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업무 조직 민관협조관(COGAT)은 인도주의적 기반 시설과 관련해 필요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연료나 가스도 가자지구에 반입할 수 없다고 유엔에 통보했다. 앞서 COGAT는 지난 10일 휴전 기간 매일 약 600대의 구호 트럭이 가자지구에 반입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천막생활을 하며 전쟁 기록을 남겨온 팔레스타인 작가 타이시르 아베드(Tayseer Abed)는 B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시신 송환 지연 사태는 휴전을 시험하는 위험한 갈림길"이라며 "만약 지연이 계속되고 이스라엘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시신 문제'가 새로운 충돌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시신 송환의 고의적 지연 또는 회피는 협정의 중대한 위반으로 간주될 것이며 그에 상응하는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난제는 더 있다. 휴전 합의 2단계에는 하마스 무장 해제를 비롯해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 ▷팔레스타인 민간정부 수립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무장 해제를 두고 입장 차가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무기를 포기하고 가자지구 통제권을 넘겨주지 않는 한 종전으로 갈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마스도 무장 해제를 거부해왔다. 하마스의 무장 해제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우세하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도 14일(현지시간) 하마스가 무기를 내려놓지 않으면 군사 공격이 불가피하다고 수위 높은 위협을 가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만난 뒤 나온 기자들의 질문에 "무장 해제를 하지 않으면, 우리가 무장 해제시킬 것이다. 빠르고, 아마도 폭력적일 것이다"라며 "그들도 내가 장난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 것"이라면서 하마스의 자발적 무장 해제를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