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덕 포항시장은 최근 미국 워싱턴으로 건너가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앞에서 철강관세 인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답답한 이 시장 마음과는 달리, 미국은 관세 압박 카드를 그대로 유지하며 올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2분기 영업이익(4천억원)을 뜯어갈 조짐이다,
포항제철소 1제강·1선재 공장 폐쇄, 현대제철 포항2공장 휴업·1공장 중기사업부 매각에다 최근 포스코 2파이넥스 공장·포항제철소 일부 연주공장 폐쇄 소문까지 돌며 지역 경제계를 더욱 뒤숭숭하게 한다.
지난 6년간 포항에 투자될 자금 14조원이 광양으로 넘어간 지금, 포스코는 철강생산 인프라가 잘 구축된 광양제철소 벌이로 힘겹게 버티고 있다.
이 어려운 와중에, 'ChatGPT'로 대표되는 'OpenAI'가 한국 첫 투자처로 경북 포항시를 지목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OpenAI는 삼성SDS를 파트너사로 삼아, 포항 북구 흥해읍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펜타시티) 내 4만3천㎡ 부지에 20~40MW급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조성한다는 게 이번 사업의 주요 내용이다.
포항시는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데이터센터 건립을 지원하고 이를 지역발전으로 잇겠다며 환영했다. 경제 불황으로 목이 바짝 타들어 가고 있는 포항의 입장에서는 소중한 단비가 아닐 수 없다.
'OpenAI'가 그 많은 도시 중 왜 포항을 선택했을까.
포스코와 포스코DX가 포항제철소에 심어놓은 철강제조 데이터 등 수많은 AI자산이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다음으로 포항이 가진 전력 공급 기반 인프라일 터다. 포스텍, 방사광가속기 등 풍부한 연구 인프라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포항이 사업 투자받을 자격은 충분하지만, 이면에 숨은 조력자 역할이 상당했다는 후문이 있다.
박성빈. 그는 OpenAI 사업을 이끌 자금 담당 트랜스링크캐피탈 대표다. 그리고 포항종합제철(포스코)을 창립한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의 장남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일군 포스코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OpenAI 사업지로 포항을 적극 추천했다. 아버지의 혼이 담긴 포스코 위기를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마음과 OpenAI를 통해 또 하나의 큰 기회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그를 포항으로 이끈 셈인데, 지역 입장에서는 박태준 일가가 고마울 따름이다.
만약 박 대표가 아버지를 앞선 회장들처럼 진정성 있게 챙기지도 않을뿐더러 어머니인 장옥자 여사도 제대로 예우하지 않은 최정우 전 회장 및 포스코와 등 돌리며 갈등하는 이강덕 시장의 태도를 보며 나쁜 감정만 가졌다면 과연 포스코 본사인 포항에 둥지를 틀 수 있었을까.
그가 이번에 보인 마음 씀씀이가, 포항시와 포스코 수장이 등지며 갈등한 지난 6년의 시간을 부끄럽게 한다. 상생했다면 적어도 광양으로 갔을 14조원의 투자비가 어떤 식으로든 지역에 남아 빛을 발했을 것이다.
포항은 지금 십 수명의 잠룡들이 차기 수장으로의 선택을 바라며 경쟁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학습효과 때문인지, 포스코와의 '상생'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인사는 "포항에 이득이 된다면, 무엇이든 한다"라는 마음으로, 포스코와 마주하겠다고 했다.
포스코도 화답해야 한다. 지금의 위기가 지나가면 포스코도 지역을 위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계열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규모의 공사에 대해선 지역 업체에 직발주를 해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 수수료 장사로 이익을 내는 엔투비, 포스코플로우 등과 같은 회사도 개편해 지역 기업인들이 사업에 더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