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美中 갈등
美, 관세합의 中이 주도 판단…항공 부품도 수출 통제 시사
中, 과거 대응과 완전히 달라…'희토류' 지렛대 삼아 맞대응
미중 관계에 다시 갈등의 '전운'이 감돌면서 이달 말로 예정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불투명하다.
당초 오는 31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관세 휴전 연장'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만나려 했으나 그럴 이유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담 취소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만약 미중정상회담이 불발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취소될 경우 APEC을 통해 전 세계 무역 갈등을 완화하고, 동북아 안보에 긍정적 동력을 만들어 보려는 이재명 정부의 노력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중국산 제품에 기존 관세에 100%를 추가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출 통제를 11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항공기 부품과 같은 '큰 것(big thing)'을 필요로 한다"며 항공기 부품까지 수출 통제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해 APEC 회담 무산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근 미·중 간에는 경제적 충돌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하고 희토류 합금 수출 제한 방침을 발표했다. 또 오는 14일부터 미국 선박에 순톤(t)당 400위안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맞서 미국도 중국 선박에 톤당 50달러의 입항료를 부과하고 점차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통제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은 미·중 간 '관세 휴전' 합의를 중국이 흔들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관세 휴전에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완화가 병행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추가 조치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11월로 다가온 관세 휴전 종료 시점을 앞두고 갈등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대응도 과거와 달라졌다. 트럼프 1기 때는 관세 압박에 미국산 수입 확대 합의로 응했지만, 2기 들어선 희토류를 전략적 '지렛대'로 삼으며 보다 대등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 휴전과 틱톡 매각 협상 등으로 일시적 안정세를 보이던 미·중 관계가 다시 갈림길에 섰다고 진단한다.
경제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100% 추가 관세'에 대해 중국이 어떤 맞대응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양국 간 무역 갈등이 지난 4월처럼 '치킨게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