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다시 불붙으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로 맞대응했고, 그 여파가 글로벌 자산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고 금과 은 등 안전자산으로 몰려드는 '피난 자금'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트럼프의 발언 직후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78.82포인트(-1.90%) 내린 45,479.60에 거래를 마쳤다.
가상자산 시장도 흔들리며 비트코인과 주요 알트코인이 급락하는 등 투자 심리는 급속히 위축됐다. 반면 국제 금값은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4,070.5달러를 기록했고, 한국금거래소 기준 순금 한돈(3.75g) 매입가격은 80만 원을 넘어서며 국내 금값 역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금으로의 피난'은 단순한 투자 선호 변화가 아니라 달러 신뢰 약화와 연준(Fed)의 정책 불확실성, 그리고 미중 갈등의 장기화가 겹친 구조적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로 인한 행정 마비와 연준 독립성 훼손 논란이 달러화와 미 국채의 절대적 안전성을 흔들자, 투자자들은 정부나 통화정책의 영향권 밖에 있는 금을 선택하고 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도 금을 사들이며 가격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와 탈달러화 움직임이 맞물리며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급증했고, 개인투자자들까지 가세하면서 수요는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
한국에서도 '디지털 골드러시'가 확산되고 있다. 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5천억 원을 돌파했고, 올해 들어 골드바 판매액은 작년 연간의 2.7배를 넘겼다.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는 지난달 개인 순매수액이 5천900억 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앙은행 매입과 개인투자자 수요, 금리 인하 전망이 맞물리며 내년 말 금값이 온스당 4,9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