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이 자사의 주력 칩을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의 최신 세대 컴퓨팅 아키텍처로 전환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주 퀄컴이 공개한 새로운 PC 및 스마트폰 칩에는 Arm의 9세대 컴퓨팅 아키텍처(v9)가 적용됐다고 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아키텍처는 챗봇이나 이미지 생성기 같은 AI 작업을 더 잘 처리할 수 있도록 개선됐으며, 퀄컴의 경쟁사 미디어텍과 애플도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령어(CPU의 가장 기본적인 언어 단위) 집합 아키텍처'(ISA)로 불리는 'v9'은 중앙처리장치(CPU)에서 어떤 앱이 실행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기술이다.
이번 퀄컴의 Arm 아키텍처 사용은 퀄컴이 Arm과 법적 소송을 벌이며 '탈 Arm'을 선언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두 기업은 퀄컴이 2021년 Arm 라이선스를 보유한 칩 설계회사 누비아를 인수하면서 누비아가 사용한 Arm 기술을 퀄컴이 사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였다.
Arm은 퀄컴이 누비아를 인수했지만, 자신들의 승인 없이는 누비아 라이선스를 사용할 수 없고 라이선스 계약을 다시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2022년 8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퀄컴은 소송으로 맞섰다.
특히 소송 과정에서 Arm은 퀄컴에 자사의 지식재산을 활용해 칩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한 라이선스(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통보하고, 퀄컴은 탈 Arm을 선언하기도 했다.
퀄컴은 최신 칩에 어떤 기술을 적용했는지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반도체·전자 분야 수석 분석가 제이 골드버그는 "불과 1년 전 Arm은 퀄컴의 핵심 라이선스를 취소하겠다고 위협했다가 철회했는데, 서로 치열하게 다투던 두 회사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간 것은 Arm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