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추석 연휴는 가족과 함께하는 따뜻한 시간이지만, 반려동물에게는 낯설고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특히 명절에는 평소와는 다른 환경, 음식, 이동 동선이 반복되기 때문에 반려동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보호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명절에는 전, 갈비, 나물 등 평소보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이 식탁을 가득 채운다. 그러나 이러한 음식은 반려견의 소화기관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양념이 진한 음식은 췌장염의 위험을 높이며, 양파·마늘이 들어간 음식은 중독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나물류에 포함된 들기름이나 참기름도 고지방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대구 바른동물의료센터 이세원 원장은 "간혹 명절에 나이든 어르신들이 '강아지도 맛 좀 보라'며 음식을 나눠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랑이 아닌 위험이 될 수 있다"며 "보호자는 가족들에게 명확히 식단의 위험성을 알리고, 강아지에게는 평소 먹이던 사료나 간식만을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에는 귀성이나 여행지에서 산이나 공원 등을 방문하는 일이 잦다. 이때 반려견을 동반할 경우, 진드기 감염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풀숲에 서식하는 진드기는 개 피부에 달라붙어 피부질환은 물론, 바베시아증, 에를리키아증 등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야외활동 후에는 귀 뒤,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진드기가 잘 숨어드는 부위를 꼼꼼히 확인해야 하며, 진드기 예방약(목걸이, 스팟온 등)을 사전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만 생활하던 강아지라도 명절에 외출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진드기 예방이 필수적이다.

장시간 이동이 필요한 경우, 차량 이동에 익숙하지 않은 반려견은 멀미를 하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수 있다. 출발 전 식사는 최소 4시간 전에 마치는 것이 좋고, 가능하면 멀미 예방을 위한 약을 수의사와 상담해 준비한다.
차량 내에서는 안전한 케이지나 전용 카시트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게 하는 행동은 사고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통제해야 한다. 장거리 이동 중에는 2~3시간마다 한 번씩 휴게소에 들러 짧은 산책과 물 섭취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반려견이 갑작스럽게 차 문을 열고 뛰어나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하차 시 리드줄을 먼저 걸고 보호자의 품 안에서 이동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안전하다.
추석 명절에는 많은 사람들과 낯선 환경, 갑작스러운 소음 등으로 인해 반려견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낯선 친척들의 방문이 잦은 집에서는 반려견이 짖거나, 숨거나, 공격성을 보일 수 있다.
가능하다면 반려견만의 조용한 공간을 마련해주고, 친숙한 담요나 장난감을 함께 두어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강아지가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불안해할 경우, 억지로 안기거나 주의를 끌려 하지 말고 차분히 거리를 유지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세원 원장은 "명절은 사람에겐 기쁜 시간이지만, 반려동물에겐 스트레스와 위험이 될 수 있다"며 "가족 모두가 안전하고 즐거운 명절을 보내기 위해서는 반려견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