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APEC 테러 꿈도 꾸지마"…2025 국가대테러종합훈련에서 확인

입력 2025-09-28 16: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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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사이버·화생방·해양·인질 테러, 모든 수단 동원해 막는다
시민들, "안전한 APEC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분들에게 감사"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펼쳐진 2025 국가대테러종합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대원들이 김민석 국무총리와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승혁 기자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펼쳐진 2025 국가대테러종합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대원들이 김민석 국무총리와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승혁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26일 오후 1시 경북 경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 광장.

2025 국가대테러종합훈련으로 삼엄한 분위기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707특임단, 경찰특공대, UDT 등 11개 기관에서 나온 여러 대원들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테러 대응을 위한 첨단장비를 안내하며 친근하게 맞았다. 그래서인지 아이들과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경찰특공대 폭발물 탐지견
경찰특공대 폭발물 탐지견 '왓티'가 방문객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누렸다. 박승혁 기자

경찰특공대 폭발물 탐지견 '왓티'의 인기는 단연 돋보였다. 방문객들의 손길을 가만히 받아들이고 있는 왓티는 사진 모델 서비스까지 해주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순하게 보이지만 폭발물 앞에서는 누구보다 용맹하다. 왓티는 지난해 전술평가대회 폭발물 탐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실력을 뽐냈다.

오후 3시 김민석 국무총리의 등장과 함께 본격적인 대테러 훈련이 시작됐다.

"미상 드론 4대 이륙, 정상회의장 방향으로 비행 시작"

장내에 불법 트론침투를 알리는 방송이 울리자, 현장은 순간 전장으로 변했다.

대테러대응단이 곧장 요격 드론을 가동해 불법 드론 2개를 공중에서 산산이 부서뜨렸다.

이어 남은 드론은 드론전파방해 장비인 '재밍 건'을 통해 강제 착륙 시킨 뒤 무장 해제했다. 하지만 재밍 건이 통하지 않는 광섬유 드론이 문제였다. 대응반은 칼날 프로펠러를 장착한 드론을 투입해 가상 적의 드론을 정확하게 베어냈다.

참관 온 관중 사이에서 탄성과 함성이 쏟아졌다.

드론을 이용한 화생방 테러가 발생해 대응단이 로봇 등을 통해 상황 파악에 나섰다. 박승혁 기자
드론을 이용한 화생방 테러가 발생해 대응단이 로봇 등을 통해 상황 파악에 나섰다. 박승혁 기자

드론 테러가 끝나나 싶더니, 이번에는 드론과 화생방 협공이 이어졌다. 정상회의장으로 저공비행한 드론이 미확인 용기를 떨어트리고 사라졌다. 주변 사람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상황에, 국군 테러 특수임무대가 원거리 화학감시 차량과 드론, 정찰 로봇 등으로 정밀탐지를 시작하며 수습에 들어갔다. 119구조대는 응급조치 후 빠르게 화생망 전문 의료기관으로 환자들을 옮겼다. 제독차가 나타나 오염물 제거 등 속도감있게 테러상황을 정리했다.

대테러 대응반이 APEC 회의장에서 인질극을 벌인 테러범들을 제압하고 있다. 박승혁 기자
대테러 대응반이 APEC 회의장에서 인질극을 벌인 테러범들을 제압하고 있다. 박승혁 기자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순간, 이번에는 정상회의장을 본 떠 만든 건물에 테러범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테러범들이 3D프린터로 제작한 총기로 인질을 잡고 위협하고 있는 급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대응반은 저격수를 배치하고 대원들을 내부로 침투시켜 순식간에 테러범들을 제압했다.

이번 훈련은 물리적 위협과 함께 '사이버 공간'에 대한 공격 대응도 선보였다.

가상의 적이 회의 전산망에 침투하는가 하면 참가자 정보 대량 탈취, 가짜 뉴스 유포, 전력·교통망 공격 등 회의 운영을 방해하는 위협상황을 만들었지만 대응반은 철저한 사이버 보안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위기를 벗어났다.

포항 영일만항으로 들어올 크루즈선이 공격받고 있는 상황을 상정한 훈련에서도 최첨단 장비와 함께 몸을 아끼지 않는 대원들의 대응에 관중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주요 외빈이 묵는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대응하고 있다. 박승혁 기자
주요 외빈이 묵는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대응하고 있다. 박승혁 기자

이날 훈련은 주요 외빈들이 묵고 있는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정리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지상에서는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에 나서고, 공중에서는 대원들이 지난 의성 산불에도 투입된 바 있는 헬기 '수리온'을 이용해 투숙객들을 구출했다. 건물 내부로도 대원들이 진입해 끝까지 인명구조에 힘 쏟았다.

대응단은 "21개국의 정상들이 참석하는 만큼 다양한 형태의 테러 위헙 가능성이 존재한다. 물리적 파괴와 사이버 공격 등 APEC 복합 위협에 대비해 철저한 방어체계를 구축하겠다"면서 "APEC 정상회의 기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발생 가능한 모든 위기 상황에 대비해 나가겠다"고 했다.

대구에서 관람을 온 이경하 씨는 "대테러 훈련을 직접 눈으로 보니 믿음이 갔다"며 "성공적인 APEC 개최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는 것에 다시한번 감사함을 전한다"고 했다.

인천에서 아이와 함께 관람을 온 시민은 "내내 탄성을 질렀다. 갈수록 지능화, 첨단화 되고 있는 테러지만 이를 든든하게 막아주는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있어 이번 APEC도 걱정없이 잘 치러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