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열전]대한민국 보수·우파는 진보·좌파에 왜 패하는가

입력 2025-10-22 1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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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 거대 의석 민주당은 신인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판사는 무오류의 신(神)인가"라며 비판했다. 판사가 어떻게 신이겠나. 신이 있다면 민주당일 것이다. 특정인(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내쫓기 위해 정부조직을 바꾸고, 이재명 대통령을 구하기 위한 법안을 밀어붙이고, 마음에 안 든다고 검찰청을 없애버리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했다고 대법원장을 물러나라고 하고, 대법관 숫자를 마음대로 늘리고, 자기편 재판을 염두에 두고 현행 3심제를 허무는 사실상 4심제를 밀어붙이는 민주당이 신이 아니면 무엇이겠나.

▶ 늑대는 양을 마음대로 처분

어린 양이 냇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늑대가 나타나서 '내가 마실 물을 네가 더럽히다니. 무례한 놈이다"고 야단쳤다. 양은 잘못을 빌면서 자신은 스무 발자국 아래로 내려가서 물을 마시겠다고 말했다. 늑대는 허락하기는커녕 다른 트집을 잡았다.

"작년에 내 욕을 한 것은 너였지?"

"아닙니다. 작년에 저는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럼, 너의 형이나 어미나 아비나 아니면 너의 식구들 중 한 놈이 내 욕을 했겠지."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 중에 누가 욕을 했다면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을 빌겠습니다."

양은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빌었지만 늑대는 양을 잡아먹었다. 17세기 프랑스 시인 라퐁텐(1621~1695)의 우화 '늑대와 어린 양' 이야기이다. 작금의 민주당 행태가 이와 다를 바 없다고 본다.

▶ 강한 자는 언제나 옳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국회 윤리위원회 구성을 민주당 6명 대 국민의힘 6명 동수로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운영위에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6대 6안은 안된다. 민주당 우위로 재구성하겠다"며 파기를 선언했다. 현재 징계 논란이 나오고 있는 나경원 의원(국민의힘), 이춘석 의원·강선우 의원(민주당), 이준석 의원(개혁신당)을 비롯해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해 한남동 관저 앞 시위에 참석했던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징계를 민주당 입맛대로 하겠다는 말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간사 선임 안건을 민주당 주도 표결로 저지했다. 각 교섭단체(정당) 간사는 국회 상임위에서 각 정당을 대표한다. 그래서 각 정당이 자기 당 간사를 추천하면 별 이의 없이 선임해왔다. 그런데 민주당은 의석 수를 앞세워 이 관례(慣例)를 무너뜨렸다. 민주당은 또 국민의힘이 추천한 국가인권위원 2명 선출안도 국회에서 부결시켰다. 민주당이 허락하지 않으면 야당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선언이다. 그럼에도 '다수결'이니 옳다고 한다. 힘센 늑대가 양에게 하는 짓과 다를 바 없다.

▶ 자신들을 위한 입법

민주당은 3대 특검법(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해병 특검법)을 비롯해 상법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 정부조직법(검찰청 폐지·기획재정부 분리 등), 방송법 개정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을 구하기 위한 입법도 눈치 보지 않는다. 형법상 배임죄 폐지는 기업 경영상 판단을 제한해 기업의 경영상 판단을 심하게 위축시킨다는 명분을 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에서 배임 혐의로 기소돼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혐의를 면소(免訴·소송 종결)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요건에서 '행위' 항목을 삭제하려는 것도 이재명 대통령 구하기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해당 조항을 삭제할 경우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면소될 것이 확실하다. 법의 일반성과 익명성 원칙을 무시한 것으로 '이재명 대통령 개인'을 위한 법안에 다름 아니다.

▶한국 보수와 진보의 차이

한국 자유 우파와 진보·좌파는 인식 자체가 다르다. 가령, 우파는 죄를 지어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되면 선처를 호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반해 진보·좌파는 수사하는 검찰을 비판하고, 억울한 피해자 행세를 한다. 나아가 권력을 쥐게 되면 검찰청을 폐지해버린다.

권력이나 권한을 가졌더라도 자유 우파는 전례와 상식을 고려해 행동한다. 한 예로 조희대 대법원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파기자판(破棄自判)'하지 않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만약 진보·좌파 성향 대법관이 다수인 대법원에서 보수 대통령 후보의 사건을 재판했더라도 그렇게 판결했을까? 특정인을 구하기 위한 법, 특정인을 처벌하기 위한 '특별 재판부'까지 만들려는 사람들이 전례와 상식을 따랐을까? 곧바로 파기자판, 즉 유죄 최종 판결을 내렸을 것이다.

▶ 치밀하고 전방위적 진지전

민주당만 집요한 게 아니다. 한국 좌파의 공격은 촘촘하고, 전방위적이다. 한 예가 제주 4·3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2: 프리덤 파이터'가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서 독립영화로 인정 받지 못한 것이다. 반면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 '다시 만날, 조국'에 대해서는 독립영화로 인정했다. 영진위 위원 9명 중 5명이 '윤석열 정권 파면 촉구'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 등에 참여한 인사들이다.

그 뿐인가. 논란이 되는 좌파 진영 인사가 책을 출판하면 좌파들은 떼로 구매해 '베스트셀러'를 만든다. 선동과 왜곡으로 가득한 '영화'를 만들어도 떼로 몰려가 관람한다. 하지만 우파는 밋밋하다. 논란의 중심에 선 우파 인사가 책을 내도, 절절한 심정으로 진실을 알리는 영화를 만들어도 무관심하다. 한국 진보·좌파는 자기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갖가지 '진지전(陣地戰-평소 이념 경쟁)'을 펼치지만 우파는 산산이 흩어져 한숨만 내쉰다.

▶ 늑대는 나쁘고 양은 억울한가

저 '라퐁텐의 우화' 속 늑대는 나쁜가? 어린 양은 억울한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정글이 된 한국정치에서는 강자가 되느냐, 약자로 몰리느냐가 생존과 몰락을 가를 뿐이다. 한국 우파는 그걸 모르고, 알더라도 '머리'로만 아는 것이어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그러니 '진지전'에서도 '대회전(선거)'에서도 한국 보수·우파는 패하는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설전 속에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설전 속에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