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맘대로 안 돼" 미국 우선주의 VS 다자주의
트럼프, UN의 무능과 비효율성 비꼬아 조롱
마크롱 "당신 때문에 모든 길 막혀"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제80차 유엔총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거대한 성토장으로 변했다. 총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유엔을 향해 거친 비판을 쏟아낸 트럼프 대통령과 다자주의와 글로벌 제도를 중시하며 이에 맞선 다른 나라 정상들 간 대결 구도로 전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고위급 주간 일반토의 연설서 앞에 놓인 연설문 폴더를 펼치면서 "프롬프터 없이 연설하게 되는 것도 괜찮다. 프롬프터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뗐다. 이어 2기 취임 이후 자신이 7개의 전쟁을 끝냈지만 합의 과정에서 유엔으로부터 전화 한 통도 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가 유엔으로부터 받은 것은 올라가는 도중 한가운데서 멈춘 에스컬레이터와 고장 난 프롬프터뿐"이라고 꼬집었다. 유엔이 분쟁 해결에 무능력하고 기구 운영이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프롬프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예를 들어 비판한 것이다.
여러 정상들은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첫번째 기조연설에 나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반민주 세력이 제도를 억압하고 자유를 억누르려 한다"며 "우리의 민주주의와 주권은 타협 대상이 아니며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미국 독립선언서의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됐다'는 신조는 전례 없는 세계적 번영과 존엄성을 향한 길을 열어준 신조이자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민주화 운동에 영감을 줬다"면서도 "과학과 기술의 승리의 시대에 우리는 심각한 위험과 도전, 불확실성에 계속 직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한 비판도 있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총회 연설에서 "가자지구 한편에는 최첨단 살상무기를 휘두르는 정규군이 있고 다른 편에는 무고한 민간인, 무고한 아이들이 있다"며 "가자지구 휴전이 지체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BFM TV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고 싶다면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 행렬에 도로에서 발이 묶이자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길에서 기다리고 있다. 당신 때문에 모든 길이 막혔다"고 빈정거리기도 했다.
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금 세계가 무모한 파괴와 끝없는 인간 고통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우회적으로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