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특별법·비관세장벽 해결 요구
협의 결렬 시 "관세 부과할 수밖에"
양측 대립 사안 많아, 단기간 해결 난항
협상 안건 조율도 어려워, 일단 대화하기로
미국 정부가 '비관세 장벽' 해소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정부가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다.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해도 비관세 장벽이 해소되지 않으면 미국이 관세를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 수입과 디지털 규제 등 비관세 장벽의 주요 사항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조율도 까다로워 협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우선 미국과 비관세 장벽 현안을 두고 대화를 나눠볼 방침이다.
◆비관세 장벽, 관세 인상 원인되나
9일 조현 외교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미국이 한국과의 비관세 장벽 관련 협상에서 진척이 없을 경우 한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해 무역 적자를 개선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지난 4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USTR)가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같은 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3월 대미투자특별법 통과 시 미국이 관세 인상을 유예할 듯하다"고 밝힌 것과 거리가 있다. 조 장관은 그리어 대표가 대화에서 "한국 정부에 투자 요청과 함께 비관세 장벽 개선을 요청했다"며 "투자는 (정상) 합의 후 진척 속도가 느리고, 비관세 분야는 추가 협의키로 했는데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그리어 대표가 이 사안에 진척이 없으면 '감정 없이' 관세를 높여 미국에 대한(對韓) 무역 적자를 개선하려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측이 한국에 대미투자특별법과 비관세 장벽을 모두 해결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제기한 비관세 장벽에는 ▷쌀을 비롯한 식품 및 농산물 교역 ▷온라인 플랫폼 규제 ▷원전 관련 지식재산권 분쟁 합의 등 여러 사안이 걸려있다.
특히 국내외 대형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온라인 플랫폼법 입법 추진 ▷불법 정보 규제에 관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일명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망 사용료와 고정밀 지도 반출 등도 견해차가 명확하다.
◆ 안건 조율부터 난항
각각의 사안들이 세부적인 내용까지 기술적 합의를 해야 해 서로 만족스러운 합의를 도출하기 쉽지 않다. 더욱이 농산물 문제는 한미 양국 모두 국민들 이해관계가 걸린 민감한 사안이다. 우리 정부는 앞서 정상 간 합의로 농산물에 대한 추가 협의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미 정부는 정상 간 논의에서 쌀과 소고기에 대한 추가 개방이 약속됐다는 입장이다. 정상 간 논의를 두고도 양국의 입장이 엇갈린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정상 간 합의문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를 만든 바 있다. 우리 정부에 불리한 내용으로 읽힌다. 여기에는 "한국은 식품 및 농산물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비관세 장벽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한다"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미국은 비관세 장벽 타결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지난해 12월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를 열어 비관세 장벽들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실무진 간 의제 조율이 길어지며 회의가 미뤄지고 있다. 11일 양측은 서울에서 고위급 대화를 통해 비관세 분야에 대한 의견을 나눌 방침이다.
비관세 장벽에 대한 양국 간 협의에 대해 김민석 국무총리는 다소 낙관적인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총리는 대정부질문에서 "특별히 지금 비관세 장벽 문제에 대해서 저희가 기존의 판단을 바꿀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관세 인상 압박이 다시 제기된 직접적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입법 지연"이라며 "대미 투자 프로젝트 결정 지연, 자금 납입 지연이 거의 100%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법만 해결되면 비관세 장벽 문제와 관계없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는 해소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