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김교영] 노년의 혼밥

입력 2025-09-2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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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혼밥'이 일상(日常)이 됐다. 가족과 둘러앉아 밥을 먹던 생활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 혼밥은 왠지 서글프다. 그래서 시인 송수권은 '혼자 먹는 밥'이란 시를 지어 우리를 위로했다.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 숟가락 하나/ 놋젓가락 둘/ 그 불빛 속/ 딸그락거리는 소리/ 그릇 씻어 엎다 보니/ 무덤과 밥그릇이 닮아 있다." 시인은 혼밥은 쓸쓸하다고 했고, 밥그릇에서 무덤을 봤다.

혼밥을 하는 노인의 우울(憂鬱) 수준이 심각하다. 한국노년학에 실린 논문 '노인의 소득과 우울에 관한 경로 분석: 혼밥 여부의 매개효과'에 따르면, 혼자 식사하는 빈도가 높을수록 우울 수준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득이 높은 노인의 경우 혼자 식사할 가능성과 우울 수준이 모두 낮았다. 반면 저소득 노인층에선 혼밥 빈도가 높고 우울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남성이거나 배우자 없는 노인일수록 혼밥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이 홀로 저녁 식사를 하는 평균 횟수가 일주일에 5회가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공개한 '세계행복보고서 2025'에 따르면 한국인의 2022∼23년 타인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 횟수는 1주일 평균 1.6회였다. 이는 조사 대상 142개국 중 135위, G20 중에서는 일본(1.8회)과 함께 최하위권이었다. 한국은 점심까지 합해도 타인과 함께하는 식사 횟수가 1주일에 평균 4.3회에 불과했다. 반면 중남미 국가들은 8.8회, 북미·호주·뉴질랜드와 서유럽은 각각 8.3회였다. 이 보고서는 '식사 공유(共有)'가 소득과 취업 상태 못지않게 행복과 직결되는 요소라고 진단했다. 연령, 성별, 국가, 문화를 막론하고 타인과 함께 식사하는 사람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혼밥이 정신 건강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하니, 걱정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수는 782만9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35.3%에 이른다. 이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층 1인 가구는 149만4천 가구로 전체의 19.1%를 차지한다. 급속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는 혼밥 인구를 늘린다. 빈곤(貧困) 노인의 밥상은 외롭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저소득 노인을 위한 도시락이나 반찬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길 바란다.

kimky@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