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초대석-김영수] 국가가 망가지고 있다

입력 2025-11-17 14:18:45 수정 2025-11-17 1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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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TV조선 고문·전 영남대 교수

김영수 TV조선 고문·전 영남대 교수
김영수 TV조선 고문·전 영남대 교수

대장동 사건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로 국가의 파열음이 확실해졌다. 이걸로 7천억원짜리 도둑질이 완성됐다. 몇 년만 고생하면, 자손만대까지 물려줄 목돈을 챙긴다. 주범 중 하나는 벌써 500억원대 서울 강남 땅을 매물로 내놨다. 무엇보다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1심 판결문에 무려 390여 차례 언급된 이재명 대통령도 한숨 돌렸을 것이다. 도둑 잡는 걸 포기했으니, 검찰은 스스로 폐물이 됐다. 백주에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국민도 알고는 있다. 48%가 이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일 생업에 바빠 국가가 얼마나, 어떻게 망가지는지 잘 알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를 무너뜨리는 사람들은 이걸 노린다. 항소 포기 기사가 언론을 뒤덮자 지난 14일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 건조 사실이 발표됐다. 대통령실 정책실장, 안보실장을 좌우로 세우고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일종의 물타기다. 항소 포기가 찜찜하지만, 국민은 대통령이 잘하는 줄 안다. 이런 식으로 국가 무너뜨리기가 진행된다.

국회는 일찍부터 망가졌다. 22대 국회는 이 대통령의 방탄 국회였을 뿐이다. 대장동 사건,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으로 구속 위기에 몰린 그를 구하고자, 더불어민주당은 입법권을 무기로 휘두르며 뭐든 했다. 윤석열 정부 때만 30번이나 탄핵을 밀어붙였다. 대통령실, 검찰, 경찰, 감사원 특활비는 모두 삭감했다. 행정부를 마비시키는 데 총력전을 벌인 것이다. 입법 독재란 비난이 쏟아져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국회를 주머니 속 공깃돌처럼 쓴 것이다.

대선에서 승리하자, 이 대통령은 자신의 사건 변호인들을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에 대거 임명했다. 조원철 법제처장을 비롯해 법무부 장관 보좌관, 대통령실 민정·공직기강·법무 비서관이 그들이다. 활약이 눈부시다. 조 법제처장은 이번 국정감사 때 이 대통령의 5개 재판, 12개 혐의가 "모두 무죄"라고 주장했다.

공직자가 아니라 여전히 이재명 변호인이다. 만약 개헌을 하면, 이 대통령의 출마 여부는 국민의 결단에 달렸다고도 했다. 명백히 위헌적 발언이다. 검찰의 이번 항소 포기 사태가 법무부 장관 보좌관이나 민정·법무 비서관과는 무관할까? 정부는 이런 식으로 사유물이 된다. 국회에도 이 대통령 변호인 출신 의원이 5명이나 된다.

지난 11일 정부는 돌연 '헌법존중 정부혁신TF'를 설치하기로 했다. 12·3 비상계엄 참여자나 협력자를 솎아 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75만 명 전 공직자가 대상이다. 제보 센터를 설치하고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음 놓고 동료를 고발하란 뜻이다. 공직자의 핸드폰과 PC도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제출은 '자발적'이지만, 비협조 시 직위 해제나 수사에 들어갈 수 있다. 과연 헌법 존중에 정부 개혁답다. 문재인 정부 때 적폐 청산으로 5명이 목숨을 끊고, 200명 이상이 구속됐다. 이번은 범위가 더 넓다. 공산국가도 아닌데, 법적 근거도 없이 왜 이러나? 공포로 정부를 확고히 장악하려는 것이다.

이제 사법부만 남았다. 하지만 만만치 않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묵묵히 버티고 있다. 그런데 오늘의 사태는 사법부 책임도 크다. 과거 이 대통령에 대한 사법부의 재판 속도가 너무 느렸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6개월 안에 1심을 마쳐야 하는데, 2년 2개월이나 걸렸다. 그러나 지난 5월 1일, 대법원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모든 재판이 중단됐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라며 탄핵을 협박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돌부처다. 풍우가 몰아쳐도 묵언 일도다. 그가 무너지면 한국 민주주의도 끝이다.

그런데 이걸 막아야 할 국민의힘은 무력하다. 한국갤럽의 지난 11~13일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 42%, 국민의힘은 24%다. 지난주에 비해 민주당은 2%포인트(p) 오른 반면, 국민의힘은 오히려 2%p 떨어졌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은 돌파구 없이 20%대 박스권에 갇혔다. 목이 터져라 반이재명 투쟁을 외쳐도 오히려 지지도는 떨어진다. 민주당을 떠난 민심도 오지 않는다.

왜 그럴까? 중도층 지지율이 19%, 서울 지역은 1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중앙 싸움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윤 어게인' 정당을 국민이 어떻게 신뢰하겠나. 민주당이 마음 놓고 망동질하는 이유가 있다. 국민만 불쌍하다. 결국 6·29 때처럼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