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령 바이올리니스트
최근 한 국립대 음악학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공개레슨에 사용될 학생의 연주 곡명이 특정 지원자에게 사전에 전달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공개레슨은 지원자의 즉흥적 지도 능력과 교육 태도를 평가하기 위한 절차다. 사전 정보 제공은 평가의 취지를 흔들 수 있다. 법은 이를 공정성 침해로 판단했다. 공개채용은 제도적 신뢰 위에 서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이 판결을 계기로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교수 채용은 과연 무엇을, 어디까지 검증하고 있을까.
교수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인 동시에 새로운 지식을 연구하고 축적하는 학문 공동체의 일원이다. 학생의 진로와 방향에 깊이 관여하는 위치에 서 있기도 하다. 교수 한 명은 수십 년간 수많은 학생의 시간을 통과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수의 역할은 단순한 고용 관계를 넘어선다.
나의 대학원 학업 과정에서 만난 한 서양음악사 교수는 항상 먼저 내 생각을 물었다. 그리고 그것이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함께 고민해줬다. 정답을 대신 말해주지 않고, 관련된 시대적 맥락이나 키워드를 건네주며 읽어볼 책을 추천했다. "그럼 조금 이쪽 방향으로 더 생각해보실래요?" 그 한 문장은 정답이 아니라 초대였다. 그 제안은 나를 가르치기보다,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창의성이 스스로 드러나도록 만들었다.
교육이란 뜻의 'education' 단어가 라틴어 'educere', 곧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이끌어낸다'는 뜻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은 그 경험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좋은 교육은 주입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가능성을 상호작용 속에서 끌어내는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교육자의 영향력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선다.
세계적인 바이올린 교육자 도로시 딜레이는 학생마다 다른 가능성을 믿었다고 한다. 그는 한 가지 방법을 강요하기보다, 각자의 잠재력이 스스로 드러날 수 있도록 질문하고 기다리는 방식을 택했다.
예술 분야 채용은 여전히 실기 중심이다. 연주력과 업적은 중요하지만, 공개레슨은 단지 능력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다. 학생을 어떻게 듣고 이끄는지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공정성은 기본이다. 그러나 영향력의 사용 방식까지 묻는 구조가 필요하다.
해외 여러 대학은 공개 세미나뿐 아니라 학과 교수들과의 1대 1 장시간 면담 등을 통해 전문성뿐 아니라 교육 태도와 협업 능력까지 확인하려 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영향력의 무게를 전제로 한 절차라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이번 판결은 공정성의 엄격함을 보여줬다. 이제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뽑아야 할 사람은 가장 잘 연주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잘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이는 교수 채용의 문제를 넘어, 우리가 어떤 교육자를 선택하고 있는가의 질문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선발은 다음 세대가 어떤 태도와 영향력 아래에서 배우게 될지를 결정하는 사회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인구 소멸의 시대, 한 명 한 명의 재능을 발견하고 끝까지 가꿔낼 수 있는 교육자는 더욱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