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의 연극리뷰] "출산, 집값, 결혼 불안한 미래" 극단 문지방·김서휘 연출 〈언니들을 찾아서〉 "충분한 공감… 그러나 그것뿐"

입력 2026-02-20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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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표 대경대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언니들을 찾아서. 극단 문지방 박태양
언니들을 찾아서. 극단 문지방 박태양
김건표 대경대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김건표 대경대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통계청이 30대 남녀 가운데 결혼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미혼자 비율이 51.3%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발표했다. 비혼(非婚)주의 확산으로 2000년대 들어 결혼이 꾸준히 감소하면서, 결혼과 출산 연령대인 30대 2명 중 1명은 독신 상태라는 것이다. 서울의 30대 미혼율은 62.8%로 전국 최고로 알려졌다. 결혼을 "로맨스의 운명"으로 인식하기보다, 불안한 미래를 감당해야 하는 "재정 프로젝트"로 바라보며 결혼 전 출산, 육아, 교육, 내 집 마련 설계를 따지다 보면 현실적으로 결혼을 포기하는 비혼율이 늘고 있다. 점차 '나 홀로 행복'을 추구하는 성향들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 출산율도 마찬가지다. 약 0.79~0.8명 수준으로 1인 평균 출산율에도 미치지 못한다. 출산 인구 절벽 시대에 결혼은 품귀 현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극단 문지방은〈언니들을 찾아서〉(김서휘 작·연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를 통해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30대 극중 인물 윤영(임태현 분)이 출산, 결혼, 사랑과 직업, 내 집 마련 등 한국 사회 N포세대 청년 세대의 사회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비혼주의자, 커리어우먼, 심리 타로 언니들을 찾아 결혼의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을 위트 있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언니들을 찾아서. 극단 문지방 박태양
언니들을 찾아서. 극단 문지방 박태양

◇ 출산·집값·결혼, 불안한 청년세대의 미래< 언니들을 찾아서>

작품 제목만 보면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 여성 권법 고수를 찾아가는 여행기쯤 되는 것 같다. 강렬한 색의 포스터 디자인도 눈길을 끌지만, 캘리그래피 글자체를 뒤로하고 여행가방을 메고 언니들을 찾아 떠나는 캐릭터 스케치도 인상적이다.〈언니들을 찾아서〉를 연출한 김서휘는 30대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작품 세계를 한 걸음씩 확장해 가고 있다. 여성 작가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넌 최고야〉, 남녀 커플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미래와 희망의 불완전성을 마주하는 〈똥쟁이 윤영의 여름〉,〈그래서 이제 어디로 갈까〉를 통해 최근 1~2년 사이 작품 성장을 보이고 있다. '똥쟁이 윤영의 여름'에서도 '윤영'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작가·연출로 살아가는 경험적 서사(敍事)가 작품 전반에 배어 있다. 이번 〈언니들을 찾아서〉의 주인공 역시 30대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극중 인물 윤영이다. 결혼과 내 집 마련, 출산 앞에서 불투명한 미래를 마주한 윤영이 '언니들'을 찾아다니며 인생의 한 수(조언)를 구해가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면서도, 윤영의 불안한 내면과 상상 속 아이의 존재를 자아적 내면으로 설정해 연극적 장치와 판타지로 교차시키며 극중 장면을 형상화한다. 작품은 결혼 적령기 청년 세대가 체감하는 불안을 '언니'라는 존재를 매개로, 여성적 시각에서의 N포세대 고민으로 확장하며, "결혼해서 집 사고, 출산해도 되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공감 있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무대는 윤영이 사는 거주 공간, 즉 원룸 정도로 보인다. 사선으로 배치된 집 구조는 윤영과 청년 세대가 처한 불안한 균열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내부 벽면을 채운 액자형 그림인 신발, 추상적 이미지, 식물, 부적(符籍) 등은 이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심리적 표식이자,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욕망하는 내면화된 이미지들이다. 연출은 이러한 이미지들을 통해 내 집으로 소유할 수 없는 거주 공간에 머무는 청년 세대의 불안정한 삶과 인생, 그리고 결혼 적령기에 놓인 윤영의 현재성을 서로 중첩시키는 연출적 기호로 시각화하고 있다. 특히 무대 연출에서 몇 가지가 눈길을 끈다. 공간 앞쪽에는 가로 2미터, 세로 1미터 크기 공간에 색색의 공들로 채워진 볼풀이 설치되어 있다. 윤영의 불완전성을 상징하듯 원룸 한켠에 볼풀을 공간화해 미래, 불안, 희망의 균열, 노산과 결혼의 두려움, 여성성 등 윤영의 내적 세계를 시각화하고, 현실 공간과 극중 인물의 내적 판타지를 교차시키려는 공간 구분이 그렇다. 윤영의 마음에만 존재하는 '아이' 꼬물이'를 윤영과 유일하게 대화를 나누는 분신처럼 등장시켜, 모성애와 불안한 출산의 미래를 시각화한 설정 또한 인상적이다.

언니들을 찾아서. 극단 문지방 박태양
언니들을 찾아서. 극단 문지방 박태양

◇ 볼풀과 꼬물이, 내면을 시각화한 판타지적 장치

원룸형 집 구조를 미니멀하게 구현하면서도, 집 구조는 배경이라기보다 청년들이 살아가는 불안한 구조(構造)로 상징화한 점 역시 그렇다. 출산 부담, 아이 교육비, 전세와 월세, 치솟는 집값 등의 무게 속에서 살아가는 윤영의 원룸은 삶의 불안이 균열된 상자처럼 보인다. 원룸이라는 특정 공간을 언니들과 만나는 시공간으로 유기적으로 전환시키고, 등·퇴장의 변화를 인물 캐릭터와 음악적 템포로 연결한 점도 장점이다. 예를 들어 집 구조 바깥에서 40대를 넘긴 미혼자 극중 인물 제니(이은 분)가 러닝을 하며 등장하고, 동선이 캠핑장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윤영이 언니들을 찾아가는 과정과 남자친구 지석(김언수 분)과 연결되는 파편적 에피소드들을 이탈시키지 않고, 하나의 극중 장면으로 유기적으로 묶어내는 방식도 감각적으로 공간 구도를 연출했다.

또한 언니들로 분하는 극중 인물들을 중심으로, 결혼과 출산을 비교적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언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책임지고 살라"고 조언하는 40대 자유론자 언니, 그리고 여전히 결혼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살아가는 인물 등 서로 다른 삶의 태도와 결혼관을 지닌 캐릭터들을 배치한다. 이중 눈길을 끄는 극 중 인물은 윤영의 남자친구로 분한 지석(김언수 분)의 설정이다. 윤영과 지석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결혼과 직업, 내 집 마련이라는 현실적 조건 앞에서 결혼을 유예한 채 각자의 방식으로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연인으로 설정되는데, 지석이 미래를 설계하는 직업이 장례지도사다. 무대 뒤쪽 사각 공간의 창틀은 출생을 기다리는 꼬물이의 자궁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로 기능하는 동시에, 현실적인 원룸 공간에 놓인 지석의 장례지도사 시험 연습용 인형과 병치되며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윤영의 현재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윤영이 결혼을 고민하는 지점에서, 출생을 기다리는 꼬물이의 공간과 죽음을 준비하는 인형이 한 무대 안에 공존함으로써 '탄생(아이)'과 '소멸(죽음)'이라는 생의 양극단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언니들을 찾아서. 극단 문지방 박태양
언니들을 찾아서. 극단 문지방 박태양

◇ 결혼과 출산 '확신의 부재'

프롤로그에서 소라, 진리, 지석, 하영, 캠핑장의 제니에 이르기까지 언니들을 찾아가며 결혼과 출산에 관한 현실적인 조언을 듣는 윤영의 시간들은 현실과 꿈의 감각이 교차하며, 결혼 적령기의 윤영이 지닌 불안한 자의식적 내면을 판타지적 이미지로 드러낸다. 이러한 장치들이 볼풀 공간이고, 마지막 장면에서 결혼에 좌절감을 느낀 윤영을 그려내는 작가는 희곡에서 "갑자기 발 밑으로 깊은 구멍이 생긴다."로 지문을 표현하고 있고, 극중 장면도 볼풀로 깊숙이 빠져드는 장면으로 처리된다. '구멍'은 확신의 부재성을 드러내면서도 청년 세대가 마주한, 결혼을 포기하고 싶은 사회구조적 불안의 은유이다.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꼬모라의 마지막 대사를 들어보자. "전 언제쯤 나갈 수 있나요? 제가 1등으로 선발 난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제발 누군가 알려주세요." (중략) 이 언어를 통해 윤영의 결혼과 출산의 문제는 한국 사회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 전체 생존 문제로 확장되기도 하고, 청년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려 해도 교육비, 경제적 부담, 주거 불안, 일자리 불안정, 내 집 마련 등으로 결혼은 무거운 허들을 넘고 뛰어야 하는 사회 구조의 장애물 앞에서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게 만드는 사회적 현실을 상징한다. 구멍처럼 불안정한 바닥 위에 서 있는 윤영의 모습은, 곧 불확실한 미래를 감당해야 하는 청년 세대 전체의 초상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언니들을 찾아서〉가 묻는 "나는 결혼해야 할까", "아이를 낳지 않으면 실패한 삶일까", "서울에서 버티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등 윤영의 질문에 언니들도 완벽한 해결사는 되지 못한다. 결혼을 택한 언니, 커리어를 유지한 언니, 비혼을 선언한 언니. 그 누구도 완전한 해답이 되지 않는다. 한 여성 타로·심리상담사도 자신의 인생과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불확실성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청년 세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결국 윤영이 찾아 나선 언니들은 인생의 롤모델이라기보다, 자신이 앞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미래들인 셈이다. N포세대의 출산, 부동산과 내 집 마련, 결혼, 취업 등 한국 사회의 저출산 구조와 청년 세대의 현실적 고민들이 〈언니들을 찾아서〉의 배경처럼 깔려 있다. 이러한 점들이 장점이다.

다만 서사의 공감성은 충분하나, 사회적 문제와 청년 세대의 불안이 언니들과의 대화 속에서 설명적으로 제시되는 점, 꼬물이 설정이 과도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연출적 활용 방식은 아쉽다. 연극 언어로 확장될 수 있는 연출적 장치의 활용, 생략과 은유가 절제되고 더 확장됐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극중 인물들의 대사(대화)에 다소 의존해 서사를 풀어가는 방식은 공감은 줄 수 있으나, 체험적 일기장 같다는 서사적 한계로 읽혀질 수 있다. 설명적 대사 구조를 걷어내고 치환될 수 있는 연출적 구도를 좀 더 살려내길 바란다. 무대 구조와 상징적인 연출의 장치들 대비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일상화되어 처리된다는 점도, 무대 구조의 톤과 대비감이 느슨해 보일 수 있다. '연극성'과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무대와 배우들에도 변화가 좀 더 확장되어진다면〈언니들을 찾아서〉는 명확해지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 발전적인 작품이고, 연출의 장점과 단점이 다 포함된 작품이다.

언니들을 찾아서. 극단 문지방 박태양
언니들을 찾아서. 극단 문지방 박태양

▲ 극단 문지방은.

30대 청년 그룹 문지방은 "10년 동안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으로 승부하고, 그 뒤에는 고향 부산에서 연극을 하고 싶다"며 부산 출신들로 구성된 30대 젊은 극단이다. 기획 PD 박태양을 중심으로 박한별, 김서휘, 조지원, 노세인 등 네 명의 연출이 프로젝트별로 무대화하는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문지방 연출 중 조지원은〈이해의 적자〉를 선보였고, 올해 합류한 노세인 연출은 신진연출가전(2023) 브릿지 작품〈이, 별〉을 연출했다. 지난해〈시추〉,〈하붑〉,〈축하 케이크〉의 박한별 작·연출 작품들을 선보이며 동시대 청년들의 불안과 균열, 인간과 삶의 방향성을 탐색해온 문지방은, 〈언니들을 찾아서〉를 통해 청년 세대의 사회적 담론을 여성 서사로 접근하고 있는 작품이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