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나 고민이 있을 때, 뭔가 결정·판단해야 할 때 종종 경험하는 일이다.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 봐도 떠오르지 않던 실마리나 아이디어가 잠시 다른 걸 할 때 불현듯 떠오르는 경우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막혔던 문장, 연결고리, 단어나 표현, 전개 방식 등이 걷거나 운동할 때, 또는 목욕탕에서, 심지어 화장실에서 순간 떠오르거나 풀리기도 한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하거나 다른 활동을 할 때 무의식이 재조합해 실마리를 찾는 현상을 '부화 효과'라 한다. 어떤 문제에 몰두할 때 기존 또는 특정 방법이나 생각에 매여 새로운 방법을 보지 못하게 하는 '갖춤새 효과'라는 것도 있다. 달리 말하면, 둘 다 문제로부터 한발 물러서면 잘못된 단서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고의 경직·고착(固着) 실험인 '루친스의 물단지'와 '던커의 양초'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산책 등 운동도 뇌 혈류량(血流量)을 늘리고 신경 전달 물질을 재배치해 경직됐던 회로에서 벗어나게 한다. 하버드 의대 존 레이티 박사는 '운동화 신은 뇌'라는 책에서 달리는 이유에 대해 "뇌를 최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달릴 때 뇌가 업그레이드돼 기억력이 살아나고 생각도 더 잘 정리된다는 것이다. 뇌 신경망이 재정비되면서 얽혀 있던 정보들이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이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증대시킨다는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휴식 모드'로도 설명 가능하다. 멍하니 있거나 휴식을 취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영역들의 네트워크로, 뭔가에 집중할 때보다 멍하게 있을 때 아이디어가 더 잘 떠오르는 경우다.
▷이유가 뭐가 됐든 생각이 막히고 뇌가 공회전할 때 문제와 씨름하며 초조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0분이라도 걷거나 하다못해 푸시업을 하고 아령(啞鈴)을 드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시간 낭비가 아니라 오히려 뇌를 깨워 효율성을 높이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책상에만 앉아 있는 건 '하던 대로 하려는 틀'인 '갖춤새'에 갇히는 셈이다. 신박한 아이디어를 원한다면 속는 셈 치고 한번 일어나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