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문직 외국인 근로자용 H-1B 비자 선발 방식을 고임금·고숙련 인력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이번 조치는 최근 발표한 H-1B 비자 수수료 대폭 인상에 이어 미국인 근로자의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NBC방송 등 외신은 미국 연방 관보에 게재된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USCIS)의 개편안 초안을 인용해, 특정 연도에 신청자가 쿼터를 초과할 경우 임금 수준별 구간을 설정해 고임금 근로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방안이 담겼다고 전했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직에 적용되며, 매년 발급 한도가 8만5천건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 동안 신청자가 상한을 초과했고, 올해 3월 마감된 추첨 등록에서는 약 33만9천명이 신청해 12만141명이 선발됐다.
현재는 무작위 추첨으로 기회가 배정되지만, 새로운 방식은 지원자를 4개 임금 구간으로 나누어 추첨 기회를 차등 부여한다. 최고 임금 구간은 4번, 최저 임금 구간은 1번만 추첨 풀에 포함되는 구조다.
USCIS는 앞으로 30일간 의견을 수렴한 뒤 빠르면 2026년도 비자 추첨부터 이 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이 방식이 고용주로 하여금 H-1B 근로자에게 고임금·고숙련 직책을 제시하도록 유도하고, 저임금 직무 남용을 억제해 비자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안보부는 제도가 시행될 경우 H-1B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총임금이 2026회계연도 5억200만달러, 2027년 10억달러, 2028년 15억달러, 2029~2035년에는 연간 20억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현재 H-1B 비자를 활용하는 약 5천200개 중소기업은 인력 손실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인도와 중국 출신 저임금 IT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H-1B 승인자 국적은 인도가 71%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11.7%로 뒤를 이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9일 H-1B 비자 수수료를 1인당 연간 1천달러에서 10만달러(약 1억4천만원)로 인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개편 포고문에서 H-1B 제도가 원래 취지와 달리 저임금·저숙련 노동력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미국인 일자리를 위협해왔다고 지적하며, 경제와 국가 안보 훼손을 막기 위한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