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명정보 활용 문턱 낮춘다…처리기간 310일→100일 단축

입력 2025-09-24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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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톱 지원체계 구축·'비조치 의견서' 도입
공공기관 제공률 2%→50% 목표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월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5년 제8회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월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5년 제8회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경쟁력인 고품질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가명정보 활용 문턱을 대폭 낮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는 24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명정보 제도·운영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15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 후속조치로, 가명정보 활용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 마련됐다.

가명정보 제도는 2020년 도입 이후 정보주체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으로 공공난제 해결과 신규 사업모델 창출에 쓰인다. 인구감소지역 생활인구 분석, 전기차 충전소 입지 선정, 보이스피싱 탐지 AI 기술개발 등이 대표 사례다.

하지만 가명정보 활용은 여전히 미흡하다. '2024년 개인정보 보호·활용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가명정보를 제공한 경험이 있는 공공기관은 전체 응답기관의 2% 수준에 불과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평균 310일이나 걸리는 결합 절차는 연구자와 기업의 적극적 활용을 가로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가명처리를 위탁할 수 있는 원스톱서비스를 내년부터 제공한다.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전문인력을 두지 않아도 가명처리를 할 수 있도록 실무부담을 해소하겠다는 것. 개인정보위가 지정한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을 통해 가명처리 적정성을 확인해줌으로써 데이터 제공 기관의 법적, 행정적 부담을 대폭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법 적용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개인정보위가 행정조치 대상인지 여부를 신속히 회신해주는 '가명정보 비조치 의견서'도 연내 도입한다. 구체적 지침을 제공해 현장에서 체감하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올해부터 685개 행정·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평가에서 가명정보 제공 실적을 가점 항목으로 반영한다. 올해 12월까지 '가명정보 처리 수수료 가이드라인'도 제시해 기관이 수수료 수입으로 가명처리 비용을 직접 보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가명처리 절차도 간소화한다. 개인정보위는 '데이터 위험도'와 '처리환경의 취약도'를 기준으로 리스크 등급이 낮은 경우 서면심의나 담당자 적정성 검토로 심의를 대체할 수 있는 간소화된 절차를 마련한다. 가명처리 과정에서 구비해야 하는 서류도 기존 최대 24종에서 최소 13종으로 대폭 통합한다.

이미지, 영상 등 비정형 데이터의 경우 대규모 가명처리 후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를 통해 가명처리 수준의 적정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공공기관 내 가명정보 제공 절차도 효율화한다. 연구자가 더 이상 여러 부서를 전전하지 않고 총괄 부서에 한 번만 신청하면 안내받을 수 있도록 올해 11월까지 '공공기관 가명정보 제공·관리 체계에 관한 규정'을 총리 훈령으로 제정한다.

가명처리 적정성 심의위원회의 구성, 운영 등에 관한 사항도 법제화할 계획이다. 그간 심의위원회 운영 근거가 가이드라인에 규율되어 기관별로 자율에 맡겨짐에 따라 가명처리 수준이나 절차가 제각각 다르다는 지적이 있었다. 연내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을 마련 추진한다.

개인정보위가 직접 데이터 처리 환경의 안전성을 보증하는 '개인정보 이노베이션존' 운영도 확대·강화한다. 내년부터는 이노베이션존 간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연계하여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다양한 정보가 자유롭게 결합·분석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현재 2%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가명정보 제공 경험이 있는 공공기관 비중을 2027년까지 5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데이터 제공 협의부터 데이터 결합, 기관 외 반출까지 평균 310일 걸리던 기간도 2027년까지 100일 이내로 단축한다.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은 "AI 시대에는 고품질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해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 곧 국가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가명정보 활용에 수반되는 부담은 줄이고 절차는 합리화하여 현장에서 데이터를 더 쉽고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