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채, 회사채 금리 역전… "신흥시장 채권처럼 거래"

입력 2025-09-15 16: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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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프랑스 기업 발행채권 금리, 프랑스 국채 하회
투자자, 국채보다 회사채를 더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
신평사 "향후 국가부채 안정화 위한 시야 없는 상태"

지난 10일(현지시간)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의 시위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의 시위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국채 금리가 민간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금리를 웃돌고 있다. 정부의 차입비용이 민간 기업들보다 크고, 투자자들은 프랑스 국채보다 회사채를 더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이하 현지시간) 골드만삭스 자료를 인용해 로레알, 에어버스, 악사 등 10개 프랑스 기업이 발행한 채권 금리가 비슷한 만기의 프랑스 국채를 하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6년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명품 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2년 전 발행한 203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올해 초 프랑스 국채 10년물보다 약 0.2~0.6%포인트(p) 높았지만, 지난주 격차가 0.07%p까지 좁혀졌다. 발행 이후 최소 격차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전체로 보면 현재 80개가 넘는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금리가 프랑스 국채 금리를 밑돈다. 이는 에마뉘엘 마크롱 2기 행정부 들어 2년도 되지 않은 기간 총리를 4번 교체할 정도로 정국 혼란이 이어지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으로 보인다.

최근 프랑스 전역에서는 정부의 긴축 정책에 항의하는 '국가 마비'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7월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가 발표한 긴축 재정안이 시위를 촉발했고, 분노한 시민들은 소셜미디어(SNS) 등으로 '9월 10일 국가를 마비시키자'는 구호 아래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현재 프랑스 국채 금리는 유로존 중 국가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그리스 국채 금리보다 높은 상태다. 스위스 은행 J사프라 사라신의 카르스텐 유니우스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 국채가 회사채와 같은 수준에서 거래된다는 것은 더는 무위험 자산이 아니라는 신호"라며 "신흥시장 채권처럼 거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5.8%로 유로존 평균(약 3.1%)을 크게 웃돌았다. 국가부채 비율은 GDP의 113%를 넘어 유로존에서 그리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 같은 시장 흐름을 반영해 지난 12일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향후 몇 년간 국가부채 안정화를 위한 명확한 시야가 없는 상태"라며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지난해 113.2%에서 오는 2027년 12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