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초대석-김영수] 국민의힘, 정당 자격이나 있나

입력 2025-09-22 14: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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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TV조선 고문·전 영남대 교수

국민의힘이 12·3비상계엄에 이어 또 하나의 절벽 앞에 섰다. 통일교와의 관계 때문이다. 지난 18일 김건희 특검팀은 국민의힘 당원명부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업체를 압수수색했다. 그 결과 500여만명의 국민의힘 당원 중 통일교 교인으로 추정되는 11만여명이 확인됐다.

국민의힘과 통일교의 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뇌물이다. 특검에 따르면, 통일교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후보에게 1억원을 줬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김건희 여사에게도 고가의 그라프 목걸이와 샤넬백을 선물하며 교단 현안을 부탁했다고 한다.

특검은 뇌물의 대가도 의심한다. 그 전말은 이렇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뒤 통일교 측 고위 인사를 직접 만나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 김 여사도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통일교 주요 현안인 캄보디아 개발 사업이 의혹 대상이다. 정부의 '한국-캄보디아 우정의 다리' 사업 ODA 예산은 2022년 2억에서 2024년 약 50억, 올해 588억까지 늘었다. 사실이라면 국정농단이다.

국민의힘 명운이 걸린 건 두 번째 문제다. 통일교가 국민의힘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특검에 따르면, 2023년 3월 국민의힘 3차 전당대회의 당대표 선거에 앞서 통일교인들이 집단적으로 입당했다. 선거 넉 달 전, 김 여사는 교인들을 '입당시켜 특정 후보를 밀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선거 투표권을 가진 권리당원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당시 선거에는 46만여명이 투표했다. 만약 통일교인 당원 11만여명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면 그 영향은 결정적이었을 것이다. 현재 수사를 받는 통일교 측 인사는 전당대회 후 권성동 의원이 "애써줘서 고맙다. 보은할 길을 찾겠다"고 말한 것으로 진술했다.

하지만 송언석 원내대표는 통일교인 당원 수는 '통계학적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당원 500만은 국민의 10%니, 통일교인 120만의 10%인 12만 명 정도는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언제 입당했는지, 또 입당이 교단 차원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여부다. 만약 교단 지시에 따라 일제히 집단 입당했다면 정당법 위반이다. 구체적으로 정당법 제49조 2항 '부정한 방법으로 당대표 경선 등의 자유를 방해'한 혐의다. 더 심각한 건 2023년 이후 국민의힘의 정통성에 큰 구멍이 생긴다는 것이다. 올해 대선 후보와 당대표 선거 결과도 자유롭지 않다. 자칫 국가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마지막은 정교 분리 문제다. 특검은 통일교 측이 '정교 일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는 2대 교주 한학자 총재를 '참어머니'로 신격화하고, 세계 단일 국가인 '천주평화통일국(천일국)' 설립을 지향한다.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노력도 그 일환이다. 직접 창당도 했다. 2003년에 천주평화통일가정당, 2007년에는 그 후신으로 평화통일가정당을 세웠다. 하지만 효과가 없자, 윤 대통령 부부와 국민의힘에 접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일교 측은 "참부모의 뜻이 실현되는 나라"를 지향할 뿐, 국가나 정당을 지배하려는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헌법 20조 2항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를 들어 국민의힘 해산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당이 특정 종교이념을 지향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다. 다만 특정 종교의 교리나 지시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거나 '민주적 기본 질서'를 어기면 위헌이다.

그런데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신천지 신도 10만여명도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가입했다고 주장했다. 아직은 모두 의혹 단계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완전히 길을 잃었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 주권을 앞세워 연성 독재를 향해 돌진하는데, 국민의힘은 아직 탄핵의 강도 못 건넜다. 제 몸 하나 추스르지 못하는 정당이 어느 겨를에 국민을 대변하나. 자격 상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