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해산, 내년 3월 총선" 혼돈의 네팔, 51명 사망

입력 2025-09-14 16: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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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외무부 장관, 시위대에 구타 당해
카르키 전 대법원장이 임시 총리로 취임
네팔 정부 SNS 차단에 젊은 층 격렬 반발

내년 3월 총선 때까지 임시 총리가 된 수실라 카르키 전 대법원장이 혼란 수습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3월 총선 때까지 임시 총리가 된 수실라 카르키 전 대법원장이 혼란 수습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네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됨에 따라 람 찬드라 포우델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고, 내년 3월 5일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포우델 대통령은 전날 취임한 수실라 카르키 임시 총리의 권고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했다.

앞서 네팔 주요 정당과 시위대는 카르키 총리 임명과 하원 해산에 먼저 합의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전했다. 카르키 총리는 전날 취임 선서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총리로서 의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네팔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행정 수반이 된 카르키 총리는 내년 총선 전까지 6개월 동안 임시 정부를 이끌게 되며 조만간 신임 장관들을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원내각제인 네팔에서는 총리가 실권을 갖고, 대통령은 의전상 국가 원수직을 수행한다. 하원 의원 수는 275명이며 상원은 59명이다. 카르키 총리는 2016년 7월 여성으로는 네팔에서 처음으로 1년가량 대법원장을 맡았고, 당시 강단 있는 판결로 대중적 지지를 받은 인물이다. 이 때문에 최근 반정부 시위대도 샤르마 올리 총리가 사임하자, 임시 정부를 이끌 지도자로 카르키 전 대법원장을 선호했다.

헌법 전문가인 비핀 아디카리는 로이터에 카르키 총리의 첫 번째 과제는 반정부 시위 중에 발생한 폭력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그는 "부패를 통제하고 법과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며 "치안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정부 장관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시위대에게 폭행당하는 동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확산하고 있다. 13일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최근 네팔 반정부 시위가 격화한 9일 비스누 프러서드 퍼우델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수도 카트만두 거리에서 시위대에게 폭행당했다.

이 영상에는 시위대 틈에서 도망치는 남성이 또 다른 남성에게 발길질당한 뒤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이 담겼다. 또, 아르주 라나 데우바 외무장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시위대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는 장면도 SNS를 통해 퍼졌다.

한편, 네팔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는 정부가 이달 5일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X·옛 트위터) 등 26개 소셜미디어(SNS) 접속을 차단한 데 반발해 시작됐다. 네팔 경찰은 8일부터 최루탄을 비롯해 물대포와 고무탄을 쏘며 강경 진압을 했으며 51명이 숨지고, 1천300명 넘게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