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중재자 자처하는 트럼프 구상 좌초시켜
BBC "트럼프 권위에 대한 중대한 모욕, 시험대 올라"
이스라엘엔 정제된 언어로 비판…러시아엔 침묵 끝 모호한 반응
전 세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않는 대표적인 2인을 꼽으라면, 단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대통령이다. 이 둘은 계속되는 확전으로 평화 중재자를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좌초시키고 있다.
러시아 드론의 폴란드 영공 침입과 이스라엘의 카타르 도하 공습은 백악관의 골칫거리이자 트럼프 대통령 권위에 대한 중대한 모욕이 되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를 '다소 문제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협력자'라고 여기고 있는데, 이들이 백악관의 평화 노력에 엄청난 장애물을 던져놓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의 도하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최후통첩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에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스라엘은 내 (휴전) 조건을 수락했다. 이제 하마스가 수락할 때"라며 "이것이 내 마지막 경고"라고 하마스에 휴전 조건 수락을 촉구했다.
이에 협상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하마스는 휴전 협상 대표단을 꾸려 도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논의하던 중에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BBC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제안을 날려버린 것은 물론이고 트럼프 행정부가 크게 의존해온 가자지구 외교의 전체적이고 섬세한 구조 자체를 무너뜨린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카타르를 공격하는 것은 미국의 적성국인 이란·예멘을 타격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유례없이 정제된 언어로 이스라엘의 하마스 공습을 비판했다.
BBC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카타르 내 하마스 관계자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도 이스라엘이 작전을 실행했다는 미 언론의 관측을 인용하며, 약속이 노골적으로 무시된 것이라면 걸프 지역에서 미국의 약점이 드러난 신호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이스라엘이 카타르를 공격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드론으로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영공을 침입했다. 러시아는 자국 드론의 침범을 부인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가 나토의 결의를 시험하려고 의도적으로 벌인 도발로 보고 있다.
BBC는 미국이 나토에서 가장 강력한 회원국인 만큼 이번 도발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의를 시험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도하 공습 때와 달리 이번에는 한동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약 12시간이 지나서야 트루스소셜에 "러시아가 드론으로 폴란드 영공을 침범하다니 무슨 일인가"라며 "시작한다(Here we go)"라고 밝혔다. 러시아에 대해 별다른 비난 메시지가 없는 데다,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는 모호한 태도를 보인 셈이다.
한편, BBC는 이틀간 발생한 두 개의 분쟁과 두 개의 난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